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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 입술로 잡은 붓…손발없는 청년 화가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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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하고 예술혼을 불태운 베트남 청년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고엽제의 영향으로 선천적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레민차우(28). 그는 물건을 쥘 수 있는 손도 걸어 다닐 수 있는 다리도 지니지 못했다. 무릎으로 기어야 하고, 입으로 물건을 쥐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어려서부터 호아빈에 위치한 고엽제 피해 아동을 위한 시설에서 자랐다.

그는 “내 인생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체적 결함이 가져온 좌절은 나로 하여금 수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그림이었다. 9살의 차우는 미술 선생님의 손끝에 달린 붓이 만들어 낸 그림들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무채색의 삶이 활기찬 색채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미술 선생은 얼마 후 시설을 떠났고, 그는 홀로 책과 그림을 통해 그림 그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손이 아닌 입에 붓을 물고 그림 한 장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 6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붓의 터치보다 더욱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조롱이었다. 친구들은 그를 놀려 댔고, 간병인들은 그에게 ‘불가능 한 꿈’이라면서 붓을 그에게서 빼앗았다.

하지만 그는 ‘장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신체는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믿음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

입으로 붓질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붓이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지고, 턱에 찔려 피가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가 입으로 붓질을 자유롭게 하기까지 3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끈질긴 인내는 한계를 극복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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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에 시설을 떠나 그림을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스무 살이 되던 해, 호치민에서 생애첫 전시회를 열며 세상에 그의 그림을 선보였다.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그의 그림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감이 떠오르면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먹지도, 자지도 않고 그리기에 빠져들곤 했다. 지난 20년간 총 2000점의 그림이 완성됐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그의 작품 100여 점이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지의 전 세계 전시회에 선보였다. 반응이 뜨거워 그의 작품은 모두 팔려 나갔고, 이렇게 번 돈은 모두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최근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나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면서 “그림을 사랑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에서 20년 전 나의 모습을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가 가르친 제자 중 4명이 미국, 프랑스, 호주 등지의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미술을 배우고 있다.

그의 다음 꿈은 미국에 미술관을 열고, 박물관에 그의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면서 꿈의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jongsi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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