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풍이 모든 방향으로 수십 억㎞ 외부로 퍼지면서 태양계 전체를 둘러싸는 거품을 만든다. 태양풍이 성간 공간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강력한 우주선과 충돌하는 이 거품 영역의 가장자리에는 헬리오포즈(heliopause)라고 불리는 뜨겁고 두꺼운 플라스마 장벽이 있다. 지구-태양 간 거리보다 약 120배(120AU) 먼 거리에 있는 이 우주의 경계는 태양계 밖의 별들과 별의 폭발이 야기하는 강력한 복사를 막아내는 방패구실을 하여 우주선을 희석시킨다.
최근 '네이저 천문학’ 저널 4일자에 발표된 일련의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 2호가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이 우주 경계의 상황을 직접 분석했다. 보이저 2호는 하루 만에 이 헬리오포스를 거뜬하게 통과했으며, 연구자들은 플라스마 장벽이 이전 연구에서 추정한 것보다 훨씬 더 뜨겁고 두터워 태양계와 성간 공간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 구실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이저 1, 2호가 발사된 1977년 이래 보이저 프로그램에 참여한 에드워드 스톤 캘리포니아 공대 천문학자에 따르면, 이 장벽은 태양계로 밀어닥치는 우주 방사선 중 약 70%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은 새로운 보이저 연구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헬리오포즈는 태양풍과 우주선이 충돌하는 접촉면”이라고 설명하면서 “수백만 년전 폭발한 초신성들이 쏟아낸 우주선의 약 30 % 만이 이 경계를 뚫고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보이저 2호는 헬리오포즈를 통과하여 태양계를 떠난 역사상 두 번째 인공물이 되었다.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최초로 성간 공간으로 진출했지만, 기기 고장으로 인해 헬리오포즈에 관한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었다. 보이저 2호가 성간 공간 여행에서 수집한 방사선 데이터에 따르면, 헬리오포즈의 온도는 섭씨 3만1000도에 달했다. 이전 천문학적 모델이 예측한 온도의 약 두 배로, 태양풍과 우주선 간의 충돌이 훨씬 더 격렬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헬리오포즈의 뜨겁고 두꺼운 플라스마 벽은 우주를 뚫고 지나가는 대부분의 유해한 광선으로부터 태양계를 보호하지만, 그 경계면이 예상만큼 균일하지 않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헬리오포즈 가장자리는 결국 완벽한 '거품막'은 아니며, 어떤 지역에는 성간 방사선이 침투할 수 있는 구멍들이 있다는 것이다.
보이저 2호의 데이터는 헬리오포즈 경계에서 이런 구멍 두 개를 감지했다. 여기서 측정되는 방사선 수준은 정상치보다 훨씬 높은 것을 감지했다. 우주 방사선의 수준이 급등하여 그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태양계를 보호하는 하전된 태양풍 외투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보이저 2호가 확인한 것처럼 아늑한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사나운 우주 광야와 분리시키는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헬리오포즈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