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연구소 연구진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성인 89명과 어린이 77명을 대상으로 개의 표정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실험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개와 침팬지, 그리고 사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고, 이들에게 화남, 행복, 슬픔, 공포, 무표정 등을 구분하도록 했다. 사진 속 동물의 표정은 해당 동물을 찍은 사진작가를 통해, 사진이 촬영될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 등으로 유추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개의 사진에서 화난 표정과 행복한 표정 등을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특히 실내에서 개와 함께하는 비중이 높은 유럽인의 경우, 개를 주로 실외에서 키우는 이슬람 민족에 비해 슬픔과 공포, 중립적인 표정 등을 매우 세밀하게 구분해냈다.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의 경우,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거의 동일하게 개의 행복한 표정과 화난 표정을 구별해냈다.
이에 반해 성인과 어린이 모두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침팬지의 표정은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했다. 이러한 경향은 어린이의 경우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이 개의 표정과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따라 이러한 능력의 차이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또 개의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은 주로 나이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특히 성인은 개를 키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문화적 배경에서 자랄 경우 개의 표정을 더욱 정확하게 읽어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개의 표정을 읽는 인간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특성은 진화적으로 선택된 특성이 아니며, 성인의 경우 개와 관련한 문화적 배경에 따라 능력에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자료사진)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