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은 새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나는 새의 경우 대사 과정이 포유류보다 더 왕성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체온이 더 높다. 새의 가벼운 깃털은 비행은 물론 보온성이 뛰어나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다만 포유류처럼 땀을 흘려 열을 식히기 어렵기 때문에 온도를 낮추는데 애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새 역시 온도를 낮추는 비결이 있다.
맥길 대학의 카일 엘리엇(Kyle Elliott)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일부 조류가 부리를 이용해 체온을 식히는데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댕기바다오리 (Tufted puffin)는 알래스카 및 캄차카 반도 같은 고위도 지역에서 살다가 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로 크고 단단한 부리와 댕기 같은 머리 깃털이 특징이다.
댕기바다오리의 촘촘한 깃털은 보온에 유리하지만, 열을 낮추는 데는 불리하다. 기본적으로 추운 지역에 사는 새라서 발열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북위도 지역이라도 춥지 않은 여름철에는 열 배출이 쉽지 않은 구조다.
연구팀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서 알래스카에 서식하는 야생 댕기바다오리가 어디로 어떻게 배출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부리가 예상보다 더 효과적인 냉각 장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리가 몸 표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지만, 열 배출량은 전체의 10-18%에 달할 정도로 컸다. 부리가 과도한 열을 식히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추운 지역에 사는 새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작은 부리를 지니고 있으며 체온이 낮을 때는 부리를 깃털 사이에 숨기거나 웅크리는 방법으로 체온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 새의 경우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큰 부리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번 연구는 댕기바다오리가 부리가 체온 조절 때문에 더 커졌을 가능성을 시시한다. 물론 부리의 기본 목적은 먹이를 잡는 것이지만, 기왕에 있는 부리를 이용해서 냉각 장치로도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자연계에서 본래 있던 구조물을 변형해 다른 용도로 쓰는 일은 흔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것보다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부리를 체온 조절에 활용하는 댕기바다오리 역시 그런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