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 밤 잉글랜드 도싯주에 있는 마을 스터민스터 마셜(Sturminster Marshall)의 한 도로에서 태풍 상륙의 영향으로 400년 된 참나무 한 그루가 도로 위로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마주 오던 차량 두 대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두 피해 차량은 폐차 수준으로 파손됐지만, 각 차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조금 다쳤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두 차량 모두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인 데다가 두 운전자 모두 당시 ‘오토파일럿’ 모드 상태로 운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토파일럿은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만 작동하는 반자율주행모드 시스템으로, 도로에서 주행과 가속, 제동, 차선 바꾸기 등을 자동으로 한다. 이는 차량 밖에 카메라 8개와 초음파 센서 12개, 레이더 그리고 자율주행 보드가 장착돼 있어 가능한 기능이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는 두 차량 모두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S)이 제대로 작동해 당시 두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하는 상황이었다면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늦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중 한 피해 차량 운전자로 에식스주 브렌트우드에 사는 금융 컨설턴트 로런스 샌더슨은 만일 내가 운전하고 있었다면 제때 반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우리 가족이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가 촬영해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그를 포함해 아내 애나와 두 사람의 자녀들인 맥스(12)와 이저벨라(9) 그리고 렉스(3)는 어쩌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반대편 차량의 운전자로 윔본에 사는 건설회사 임원 조시 휘텔록(31) 역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이 아니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뒷좌석에 여자친구인 키티 맥코낼과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를 함께 태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출시 이후로 여전히 논란이 되는 기능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이 기능 탓에 오히려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운전자는 이 기능을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사용하기 위해 이른바 오토파일럿 헬퍼로 불리는 장치를 핸들에 부착했다가 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모델X는 모델S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가격은 최소 1억2160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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