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현지 사진작가 헨리 제이콥스(37)는 헤링게이 도심을 따라 이어진 강변을 걷다가 비닐봉지를 잔뜩 입에 문 다람쥐를 발견했고, 먹지도 못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물고 다닌 다람쥐의 행동이 둥지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람쥐는 보통 나뭇가지나 마른 이파리를 모아다가 둥지를 만들지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나뭇가지 대신 쓰레기를 활용해 집을 짓는 다람쥐가 부쩍 늘었다.
집을 짓는데 쓰레기를 재료로 사용하는 다람쥐의 행동 변화는 2018년 인도 과학자의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인도 마이소르대학 생물심리학 연구소 메와 싱 박사는 과거 도심 지역에 서식하는 인도야자다람쥐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둥지 재료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싱 박사는 "다람쥐는 나뭇가지나 이파리 대신 비닐봉투와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둥지의 중첩 부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람쥐가 물고 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절한 크기와 모양으로 다듬는 모습도 관찰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닌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둥지는 4개 중 1개꼴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다람쥐 둥지 건축에 사용되는 인공 재료의 비율은 도시화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면서 쓰레기가 늘어난 서식지에서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투쟁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쟁이 꼭 생존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국립공원에서는 멸종위기종 붉은다람쥐가 플라스틱병에 목이 끼어 죽은 채 발견됐다. 현지 동물보호단체는 바닥이 뚫린 날카로운 플라스틱병에 다람쥐 한 마리가 끼어 아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람쥐가 깨진 병 속에 남아있던 음식물을 먹으려다 몸이 끼어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죽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인간이 아무 생각 없이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때문에 동물들이 고통 속에 죽어간다"라면서 배설물처럼 널려있는 쓰레기가 동물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분노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