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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잼 사이언스] 생존 위해 새끼 잡아먹는 ‘무정한’ 해파리 발견

작성 2020.05.11 16:26 ㅣ 수정 2020.05.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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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체 빗해파리가 겨울철 부족한 영양분을 축적해놓기 위해 잡아먹은 새끼(붉은 화살표). 출처=덴마크남부대학 연구진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영양분을 축적하려 새끼를 잡아먹는 ‘무정한 해파리’의 생존 전략이 공개됐다.

덴마크 남부대학 연구진이 관찰한 대상은 빗해파리(Mnemiopsis leidyi)로, 미국 동부 해안이 주 서식지이며 1980년대에는 유럽 해역까지 서식지를 넓혀 물고기를 먹어치우면서 해양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한 ‘전과’가 있다.

연구진은 2008년 8~10월, 매일 독일의 킬 지역에 있는 빗해파리를 수집해 관찰했다. 그 결과 빗해파리의 개체 수는 9월 초 가장 많았고, 번식력이 상당해 2주 동안 무려 1만 2000개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특한 사실은 9월 초 당시 빗해파리 서식 지역에서는 성체 해파리가 먹을 만한 먹잇감이 감소했지만, 성체 빗해파리만은 개체 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성체 빗해파리와 새끼 빗해파리의 개체 수가 반비례한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연구진은 성체 빗해파리를 분석하던 중 그 ‘비결’을 찾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 성체 빗해파리의 뱃속에서는 새끼 빗해파리가 발견됐다. 이는 다 자란 빗해파리는 먹잇감이 부족해지는 계절이 오면 새끼를 잡아먹어 영양분을 축적한 뒤 겨울을 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다.

연구진은 이러한 사실은 성체와 새끼를 함께 넣은 수족관 관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성체는 새끼를 먹어치우면서 얻은 영양소를 통해 추가적인 사냥 없이도 바다에서 2~3주를 버틸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연구진은 “빗해파리의 이러한 습성은 다른 바다 생물과 경쟁하는데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겨울을 살아남기 위해 영양분을 축적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심해에 서식하며 생긴 모양이 호두처럼 생겨 ‘바다의 호두’라는 별명을 가진 빗해파리는 독특한 ‘일회용 항문’을 가진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빗해파리는 일반적으로 갑각류나 물고기의 알, 유생 등을 먹는 포식자인데, 지난해 호주의 한 연구진은 빗해파리에게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겼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항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빗해파리의 항문은 배설이 끝난 뒤 점점 작아지다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며, 수명의 90%를 항문 없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끼를 잡아먹어 영양분을 충족하는 빗해파리에 대한 발견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전문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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