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맞을 때마다 통증을 유발하는 주삿바늘은 피하고 싶은 의료 도구 중 하나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주삿바늘은 실수로 찔리면 다양한 전염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어 주의해서 다뤄야 하는 도구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발명품이 피부 깊숙한 곳을 찌르지 않는 미세침 패치(microneedle patch)다. 생체 거부 반응이 없는 미세한 침바늘 여러 개가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는 얕은 피부에서 약물을 투입하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다. 또 필요한 만큼 서서히 약물을 주입할 수 있어 장시간 약물 투입도 가능하다. 편리한 만큼 미세침 패치로 투입 가능한 약물의 종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과대학(MIT) 연구팀은 식물용 미세침 패치를 발표했다. 미세침 패치의 가장 큰 장점이 통증 없는 주사제 투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엉뚱한 시도 같지만, 사실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현재 사용되는 식물용 주사 약물의 상당수는 부피도 크고 거추장스러운 수액을 사용한다. 관리나 제거도 번거롭고 미관상 보기도 흉하다. MIT의 식물용 미세침 패치는 바로 이 단점을 개선하는데 목표를 뒀다.
식물용 미세침 패치는 식물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가느다란 실크로 만든 미세침 여러 개를 통해 원하는 속도로 약물을 투여한다. 다만 피부 구조가 모두 동일한 사람과는 달리 식물은 종류에 따라 표피나 줄기가 큰 차이가 있음으로 연구팀은 나무줄기와 토마토 줄기에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종류의 패치를 개발했다.(사진) 그리고 식물 세포 사이에는 수분이 적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 확산을 위해 친수성 소재를 사용해 물을 끌어들이는 점도 의료용 미세침 패치와 다른 점이다.
연구 결과 식물용 미세침 패치는 크기는 작지만, 의도한 대로 식물 전체에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식물 조직에 투입된 약물이 관다발을 통해 식물 전체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은 물론 살충제처럼 해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물질 투입 경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비용적인 면을 생각하면 모든 식물 치료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식물용 미세침 패치가 식물이나 작물의 가격보다 더 비쌀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나 꽃, 기타 가격이 비싼 관상용 식물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