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 등 국제연구진은 1만 종이 넘는 새 4만5801마리의 날개 모양을 측정한 뒤 붉은은둔벌새(학명 Phaethornis ruber)라는 이름을 지닌 이 새가 장거리 비행에 가장 효과적인 날개를 지녔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몸무게가 3g도 채 안 되는 이 새는 길고 뾰족한 날개를 지닌 덕분에 꽃들 사이를 효율적으로 비행하며 꽃꿀(화밀)을 빨아 먹는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새의 접힌 날개 길이를 손목에 해당하는 뼈 구조부터 가장 긴 날개 두 번째 깃 끝부분까지의 거리를 비교하는 ‘손-날개 지수’(HWI·hand-wing index)를 사용해 조사 대상이 된 새들의 날개가 장거리 비행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분석해 위와 같은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라 두 번째로 장거리 비행에 적응을 잘한 새는 길고 뒤로 젖혀진 날개를 지녀 비행할 때 부메랑처럼 보이기도 하는 아프리카 야자나무칼새(학명 Cypsiurus parvus)인 것으로 확인됐다. 생애 대부분 시간을 하늘에서 보내는 이 새는 공중에서 곤충을 사냥하며 짧고 뭉툭한 다리는 먹이를 움켜잡는데만 사용한다.
그다음은 세상에서 가장 멀리 이동하는 철새인 북극제비갈매기가 차지했다. 이 새는 해마다 3만5000㎞에 달하는 북극과 남극 사이를 비행한다.
상위 10위 안에 든 새들 중 8종이 이런 철새였고, 나머지 2종은 벌새가 차지했다. 다른 벌새는 6위에 올랐다. 이 새는 세상에서 날갯짓이 가장 빨라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한 뿔보석벌새(학명 Heliactin bilophus)이다.
반면 하위 10위권에 머문 새들은 땅에서 서식하는 종들이었다. 이 중에는 다윈 레아(학명 Rhea pennata)라는 이름의 새가 장거리 비행에 가장 취약한 종으로 확인됐다. 이어 레아(학명 Rhea americana)와 타조(학명 Struthio camelus)가 각각 그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는 또 장거리 비행에 특화한 새들이 주로 북극 지역에 더 많이 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이들 새가 비영토적인 철새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 연구에서는 지리적인 요인에 따라 서로 다른 날개 모양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온 변화와 영역 방어 행동 그리고 철새의 이동 때문이라고 이들 연구자는 제안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새의 날개 모양에 관한 기존에서도 1만391종이 지리적 요인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이런 변화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기온이고 그다음이 먹이와 서식지 유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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