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은 인도 델리에 사는 무쿨 가그(33) 가족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을 보도했다. 3층 짜리 집에 총 17명이 모여사는 가그 가족은 일반적인 인도의 대가족이지만 이제 그의 집은 코로나19 병동이 됐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찾아온 것은 지난 4월 24일. 당시 가그의 삼촌이 열이 나기 시작했으나 처음에 가족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가족 중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그 수는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가그 집안의 가족 구성은 생후 4개월 된 아기부터 90세 할아버지까지 총 17명으로 모두가 코로나19 한복판에 노출된 것. 이렇게 코로나19에 노출돼 총 11명이 감염되면서 가그 집안은 클러스터가 됐다.
가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가족은 외부인과 만나지 않았고 아무도 집으로 들이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집에 들어와 가족을 차례로 감염시켰다"고 밝혔다.
외신이 주목한 것은 한 가족이 클러스터가 되는 과정이다. 인도는 지난 3월 25일 부터 엄격한 봉쇄정책을 펴면서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도심은 텅 비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같은 격리가 대가족이 모여사는 가정에게는 독이 됐다.
만약 가족 중 누군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집으로 들어와 있으면 구성원은 고스란히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인도 바이러스 전문가인 제이콥 존 박사는 "가족 중 누군가 감염되면 모든 가정은 클러스터가 된다"면서 "인구의 40%가 대가족을 이루는 인도에서 집은 가장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가그는 "삼촌이 우리 가족의 0번 확진자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어떻게 감염된 것인지는 모른다"면서 "우리 가족은 17명이나 되지만 너무나 외로웠다.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코로나 관련 오명 때문에 장례식에 올 사람 조차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기준 인도의 총 확진자수는 27만 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7700여 명에 달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