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백인 여성이 연대해 삭발 챌린지에 동참했다며 다른 백인 여성의 관심을 호소하는 트윗이 주를 이뤘다. “머리카락은 다시 자란다. 삭발로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자”는 독려의 글도 많았다.
그러자 챌린지에 동참한다며 삭발 전후 인증 사진을 공개하는 백인 여성이 속속 등장했다. 스테파니 맥필즈라는 여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가부장제와 백인 우월주의를 거부한다”는 글과 함께 삭발한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영국 유명 여배우 엠마 왓슨이 삭발을 감행했다는 ABC뉴스의 기사도 확산했다.
그러나 챌린지에 동참했다는 여성들의 사진과 관련 보도는 모두 가짜로 확인됐다. 11일 국제보도전문채널 프랑스24는 온라인상에 떠도는 삭발 챌린지 사진이 모두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흑인인권운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촬영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진 속 여성들은 각각 2016년과 2017년, 2019년에 지병과 항암치료 등의 이유로 삭발했으며, 챌린지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배우 엠마 왓슨이 챌린지에 동참하며 삭발을 했다는 ABC뉴스의 보도 역시 누군가 짜깁기 한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특정 집단이 챌린지를 기획하고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인터넷사이트 ‘포챈’(4chan) 사용자가 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챈’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 원조 격으로, 2014년 무렵 혐오 표현 규제를 시작했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극우 성향을 띄고 있다.
프랑스24는 극우파가 인종차별 항의 운동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가짜 챌린지를 만들어 온라인 이용자들을 선동했다고 분석했다. 백인 여성의 ‘특권’이나 마찬가지인 밝은색 머리카락을 깎으라고 요구하는 가짜 챌린지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가짜 챌린지는 프랑스로까지 확산하는 듯했으나 실제로 챌린지에 동참해 머리를 삭발한 여성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뉴스위크는 “흑인인권운동에 지지를 표하고 연대를 보여주는 더 좋은 방법이 많다”면서 “BLM을 위해 머리를 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