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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잼 사이언스] 다른 식물 숙주 삼아 양분 빨아먹는 ‘뱀파이어 식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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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식물 숙주 삼아 양분 빨아먹는 ‘뱀파이어 식물’ 있다
세계 곳곳의 숲속에는 식물을 숙주 삼아 뿌리에 붙어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는 기괴한 뱀파이어 식물이 숨어산다고 식물학자들이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브라질 세르지페연방대 공동연구진은 최근 한 학술지를 통해 이른바 뱀파이어 식물로 불리는 한 기생식물 속을 자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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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근(빠는뿌리)이 다른 식물의 뿌리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사진=크리스 토로구드, 장 카를로스 산토스)
이들 연구자에 따르면, 발라노포라과(Balanophoraceae) 랑스도르피아속(Langsdorffia)의 기생식물은 꽃 부분이 핏빛 붉은색을 띠는 특징이 있으며 관목과 무화과 심지어 선인장의 뿌리에도 달라붙어 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한다. 이는 이른바 흡근으로 불리는 빠는뿌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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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걸쳐 분포하는 랑스도르피아 히포게아 마르트의 수꽃(왼쪽)과 암꽃 모습.(사진=장 카를로스 산토스)
특히 이들 뱀파이어 식물은 수꽃과 암꽃으로 나뉘어 있고 이들은 모두 각자 달콤한 향기를 내는 꽃꿀을 분비해 딱정벌레와 개미 등 곤충이나 벌새 등 조류를 꽃가루 매개자로 끌어들여 수분한다. 그중에서도 딱정벌레가 수분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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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뱀파이어 식물이 자라고 있는 부분의 흙을 긁어내면 그 뿌리가 다른 식물의 뿌리에 달라붙어 양분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장 카를로스 산토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식물의 줄기가 잘 보이지 않아 뿌리에서 곧바로 꽃이 자라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점이다. 수꽃에는 줄기가 어느 정도 있지만 암꽃에는 줄기가 극히 짧아 뿌리에서 직접 나온 것처럼 보이는 데 이를 무병(sessile) 구조라고도 한다.

이들 연구자는 논문을 통해 “랑스도르피아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꽃식물 속으로서 꽃식물보다 심해생물과 닮았다”면서 “이런 식물의 희소성과 이해하기 어려운 특징 그리고 외진 서식지는 더 많은 종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옥스퍼드대의 기생식물 전문가 크리스 토로구드 박사는 “이들 식물의 생김새와 생태를 보고 알면 그야말로 뱀파이어 식물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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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크리스 토로구드, 장 카를로스 산토스)
한편 랑스도르피아속 식물은 지금까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걸쳐 분포하는 랑스도르피아(이하 L.) 히포게아 마르트(hypogaea Mart)와 마다가스카르 고유의 L. 말라가시카(malagasica), 파푸아뉴기니의 L. 파푸아나 지싱크(papuana Geesink), 그리고 브라질 남부와 남동부의 일부 숲에만 있으며 최근 그 존재가 확인된 L. 헤테로테팔라(heterotepala)까지 총 4종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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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크리스 토로구드, 장 카를로스 산토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뉴 파이톨로지스트 재단(NPT·New Phytologist Trust)의 오픈엑세스 학술지 ‘플랜츠 피플 플래닛’(Plants People Planet) 5월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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