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세파 마티아스(58)는 캄피나스에 있는 모 은행 지점을 찾았다. 92세 노인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연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은행은 연금을 인출하기 위해선 계좌 명의인, 즉 수급인이 직접 창구거래를 해야 한다는 방침을 철저하게 고집하며 여자에게 돈을 내주지 않았다.
수급인이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린 여자는 잠시 후 휠체어를 밀면서 다시 은행을 찾았다. 휠체어에는 언뜻 봐도 고령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여자는 노인이 앉아 있는 휠체어를 밀고 차례를 기다리다 다시 창구 앞에 섰다. 그리곤 "연금을 받으러 오신 분인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 편의를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빨리 연금을 타 은행을 빠져나가려는 압박 수단이었지만 이게 꼬리가 잡히는 계기가 됐다. 휠체어를 타고 온 고령의 노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에 은행 측이 즉각 구조대를 부른 것.
출동한 구조대가 살펴보니 휠체어에 앉은 노인은 이미 싸늘한 시신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발이 퉁퉁 부어 있었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실시된 부검 결과 노인은 사망한 지 최소한 12시간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자가 혼자 연금을 수령하려 은행을 찾은 이유,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미동도 하지 않은 이유가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지난 수년간 사망한 노인과 동거했다는 여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증언과 증거는 모두 여자에게 불리했다.
현지 언론은 "노인이 살던 아파트의 관리인, 은행 경비원 등의 증언, 경찰이 확보한 은행 CCTV 등을 볼 때 여자가 죽은 사람의 연금을 타내려 했다는 사실이 명백했다"며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여자에겐 사기와 망자에 대한 무례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은행거래에 대해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여자가 무리하게 연금을 타려다 덜미가 잡힌 것"이라며 여죄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브라질 중앙은행은 "연금을 지급하는 은행이 엄격하게 본인 확인 절차를 밟은 게 사기를 막았다"며 원칙 준수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논평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