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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세 무슬림, 13세 소녀 납치결혼…파키스탄 법원 정당성 인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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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에서 13살 가톨릭 소녀를 납치해 강제로 결혼시킨 40대 이슬람 남성이 체포됐다. 2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은 지난달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납치된 소녀가 20여 일 만에 구출됐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13살 가톨릭 소녀를 납치해 강제로 결혼시킨 40대 이슬람 남성이 체포됐다. 2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은 지난달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납치된 소녀가 20여 일 만에 구출됐다고 보도했다.

아르주 라자(13)는 지난달 13일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 카라치 자택에서 납치됐다. 실종신고를 내고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부모에게 이틀 후 딸의 혼인증명서가 날아들었다.

현지언론은 소녀와 이웃에 살던 무슬림 알리 아자르(44)가 소녀를 납치하고 강제로 개종시킨 뒤 법원에 허위로 작성한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납치범은 법원에서 혼인 인정을 받기 위해 13세에 불과한 소녀의 나이를 만 18세로 속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는 출생증명서로 딸의 나이를 증명하고 결혼이 무효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드주 고등법원은 “만 18세이며 스스로 개종한 것이 맞다”는 소녀의 진술만을 받아들여 지난달 27일 두 사람의 혼인을 인정했다. 또 소녀의 양육권을 납치범에게 넘기고 도리어 가족으로부터의 보호 처분을 내렸다.

딸을 구할 길이 막막해진 부모는 임시방편으로 딸이 학대를 받고 있다는 청원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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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인권 단체와 가톨릭 종교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카라치 대교구 측은 “명백한 강제 개종이다, 미성년 소녀들을 보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법원의 재고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부모 측 대변인도 납치범이 소녀와 함께 더 머물면 형법 376조 아동성범죄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시위가 확산되자 신드주 고등법원은 2일 경찰에 소녀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몇 시간 후 경찰은 납치범 자택에서 소녀를 구출하고 납치범을 체포해 구금했다. 소녀는 혼인 심리 당시 법정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납치범 위협으로 위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인신고서 역시 강제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키스탄 인권부 장관 시린 마자리는 “소녀는 현재 보호소로 옮겨졌다.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소송참가인 통보를 했다. 다음 청문회는 5일로 예정돼 있다”며 사건 해결의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왜 더 일찍 나서지 않았느냐며 정부의 태만을 지적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파키스탄 소수민족동맹회장은 “실종 직후 신속히 조치했어야 했다”면서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임란 이스마일 신드주 주지사는 소수민족사회 대표들과 만나 “미성년 결혼 문제에서 타협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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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일단 부모와 떨어져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소녀는 5일 법정 심리에 출석할 예정이다. 법원은 이 자리에서 소녀가 13세가 맞는지 신체검사를 통해 밝히고, 이슬람으로의 개종 및 결혼의 강제성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파키스탄은 1929년 제정한 아동결혼제한법에 따라 결혼이 가능한 법적 최소 연령을 여성 만 16세, 남성 만 18세로 정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여성의 결혼 최소 연령을 만 18세로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2014년 국회에서 무산됐다. 현재는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권고에 따라 최소 결혼 연령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조혼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신드주는 2013년 아동결혼금지법을 따로 마련해 만 18세 미만 여성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조혼 풍습은 여전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어린 신부’는 190만 명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영국의 한 인권단체는 파키스탄 소녀의 21%가 만 18세 이전에 결혼했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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