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부에서 수천 마리의 바다코끼리가 한데 모여있는 희귀한 장면이 포착됐다.
로이터 통신의 9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연구소는 최근 러시아 북쪽 북극해에 위치한 카라해 연안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거대 바다코끼리가 모여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난달부터 이곳에서 최소 3000마리의 바다코끼리를 확인했으며, 여기에는 암컷과 수컷, 서로 다른 연령대의 새끼가 모두 포함돼 있다. 해당 지역에서 대이동 하는 바다코끼리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규모는 관찰 사상 가장 크다.
바다코끼리는 20세기 중반 당시 국제적으로 사냥이 금지됐다. 바다코끼리의 지방과 상아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서식하는 성체 바다코끼리의 개체 수는 1만 2500마리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확인된 대규모 바다코끼리 무리가 개체 수의 회복을 의미할 수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바다코끼리가 해안으로 몰려드는 주된 이유로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바다코끼리는 사냥 중간 유빙에 올라 휴식을 취하는데, 온도가 상승해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이 사라지거나 얇아지고, 어쩔 수 없이 육지 가까이로 접근하는 것.
연구진은 “여전히 카라해 연안의 바다코끼리 서식지는 줄어들고 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극해 주변에서 진행되는 석유 및 가스탐사 역시 바다코끼리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우리는 바다코끼리 3000여 마리의 무리를 발견한 것이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믿고 싶다”면서 “현재 연구진은 DNA샘플을 채취하고 바다코끼리 여러 마리에 위성 태그를 부착해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