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해외언론은 이탈리아 피아첸자 인근에 사는 스테파노 보찌니(81) 할아버지의 아내 카를라 사치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언론에 보도되며 감동을 안긴 부부의 사연은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내 사치가 노환으로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으나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규정 상 할아버지는 간호는 커녕 문병조차 할 수 없었다. 병원 밖에서 발을 동동구르며 안타까워 하던 할아버지가 생각한 응원 방법은 바로 ‘사랑의 세레나데’ 연주였다. 할아버지는 빨간 스웨터를 입고 깃털이 꽂힌 모자를 쓴 채 아내가 입원한 병원의 창문 밖에 앉았다. 그리고 아코디언으로 아내가 평소 좋아했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소식을 들은 아내는 병실 안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이를 바라봤고, ‘사랑의 세레나데’가 끝난 뒤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사랑스러운 인사를 보냈다.
감동적이면서도 가슴아픈 영화같은 장면은 딸의 스마트폰 영상에 담겨 전세계로 퍼졌고 할아버지는 이렇게 세계가 공인한 '사랑꾼'이 됐다. 할아버지는 "이날은 정말 화창한 날씨였다. 마음같아서는 몇 분이 아니라 하루종일 아내를 위해 연주해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노부부의 삶이 영화같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며칠 후인 지난 26일 아내가 자택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