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택시기사는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의 시가지를 주행하다가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과 마주쳤다. 조수석엔 부인이 타고 있었다.
택시기사라면 경찰의 검문은 흔하게 겪는 일이지만 이날따라 기사는 크게 당황하며 검문을 피하려 했다. 액셀을 깊게 밟고 속도를 내며 도주를 시도했다. 옆자리에 앉은 부인이 깜짝 놀라 이유를 물었지만 남편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운전대를 꽉 잡고 속도를 낼 뿐이었다.
경찰이 따라붙으면서 시작되니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결국 붙잡힌 택시기사는 서류를 보자는 경찰에 면허증, 차량서류 등을 내밀었다. 서류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도주의 이유가 밝혀진 건 경찰이 트렁크를 열어보라고 요구하면서다. 택시기사는 "자동차에 숨긴 건 아무 것도 없다"며 필사적으로 트렁크 내부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경찰이 트렁크를 열라고 계속 다그치자 택시기사는 결국 마지못해 트렁크를 열었고 내부에서는 마스크를 쓴 여자가 다리를 구부린 채 누워 있었다.
택시기사는 도주하려 했지만 바로 경찰에 제압됐다. 누가 봐도 납치사건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택시기사와 트렁크에 누워 있던 여자의 해명을 듣고 경찰은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 택시기사와 여자는 연인이었다. 택시기사는 조수석에 부인을, 트렁크에 내연녀를 태우고 바람을 쐬러 야외로 나가던 중이었다.
남편의 내연녀가 트렁크에 숨어 있는 사실을 부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내연녀가 함께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이 그 자리에서 남편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자 남편은 다시 도주를 하려 했지만 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고 있지만) 택시기사의 불륜에 대해선 개입할 계획이 없다"며 "다만 검문을 피하려 한 혐의에 대해선 법규에 따라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키토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