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시에 사는 판모씨 부부는 얼마 전 첫 아기를 품에 안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지만 맞벌이를 해야 할 형편이라 눈물을 머금고 보모를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지인 한 명이 자신의 어머니를 보모로 추천했다. 판씨는 “아내의 전 직장 동료가 어머니 왕씨를 적극 추천했다. 18살 때부터 보모 일을 시작해 경력만 수십 년이라고 했다. 만족스러울 거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고 밝혔다.
급여는 월 5000위안(약 86만 원)으로 책정했다. 경험 많은 보모인데다 지인 어머니라 예우도 극진히 했다. 13일 첫 근무 날부터 보모와 아기에게 안방을 내어주고 작은 침실로 방도 옮겼다. 딸을 두고 출근하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던 아기의 어머니도 내심 안도하며 일터로 나갔다.
보모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했다. 경험 많은 보모라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게 부부의 전언이다. 하지만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문제가 터졌다. 직장에서 틈틈이 딸 얼굴을 보고 싶어 홈카메라를 설치한 아기의 어머니는 영상 녹화분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다. 영상에는 보모가 아기를 시도때도 없이 학대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아기와 둘만 남게 된 보모는 180도 돌변했고, 아기 머리를 잡고 세차게 흔들거나 얼굴을 때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공중으로 아기를 집어던졌다가 침대로 내동댕이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고통스럽게 우는 아기의 코를 꼬집은 후 “또 울어봐라. 계속 울면 죽여버리겠다”는 폭언도 퍼부었다. 인자하던 보모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아기 어머니는 “직장에서 쉬는 시간마다 아기가 보고 싶어 설치한 카메라에 학대 장면이 찍혔다. 너무 잔인해서 숨이 다 막혔다”고 호소했다.
관련 영상이 공개되자 현지에서는 보모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짐승이나 다름 없다”, “어떻게 저런 작은 아기에게 손찌검을 할 수 있느냐”, “보모에게 아기 못 맡기겠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어머니를 보모로 소개한 부부의 지인은 그러나 “아기를 학대한 게 아니다. 조금 거칠게 다루셨을 뿐”이라고 해명해 더 큰 원성을 샀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지역 공안은 문제의 보모에게 행정구류 15일과 벌금 500위안(약 8만 원)을 부과했다. 다행히 피해 영아는 건강에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