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밴더빌트대 연구진은 모의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한 새로운 사회집단에 관한 인종차별과 같은 경멸적 발언을 우연히 들을 수 있는 상황을 재현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이런 사회집단에 관한 낯선 사람의 부정적인 주장을 들으면 비록 짧은 발언이라도 해당 집단에 관한 자신의 태도에 지속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런 사회집단을 차별하기 시작하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주도한 에밀리 콘더 연구원은 “연구 결과는 낯선 사회집단에 관한 부정적인 대화를 엿듣는 것이 조금 더 나이를 먹은 7~9세 아이들의 집단간 편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는 어린이 121명을 대상으로 게임을 하게 하고 그 사이 한 연구원이 한 아이나 성인으로부터 걸려온 영상 통화 중에 말하는 소리를 엿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연구원은 통화 도중 가상의 두 집단인 ‘플럽스’(Flurps)와 ‘기어루스’(Gearoos) 중에서 한 집단을 언급했다.
이때 일부 아이는 이중 한 집단에 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들었다. 예를 들면 “플럽스는 나쁜 사람들이다. 역겨운 음식을 먹고 이상한 옷을 입는다”와 같은 것이었다.
이들 집단에 관한 아이들의 태도는 실험 직후와 2주 뒤에 다시 측정됐다.
아이들은 실험 끝 무렵 연구진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그것은 “기어루스(또는 플럽스)는 실제 사람들의 집단은 아니지만 만일 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 매우 좋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이때 아이들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이런 메시지는 4, 5세 아이들에게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많은 7~9세 아이들은 이들 가상 집단의 누군가와 친구가 되려는 의지가 덜했고 해당 집단에 대해 덜 좋게 평가했다.
이런 영향은 아이들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들은 뒤 적어도 2주 동안 지속됐다. 이는 아이들이 새로운 사회집단에 관해 경멸적인 발언을 단 한 번만 듣고도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콘더 연구원은 “아이들은 어떤 사회집단에 관해 얘기를 들으면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부모 등 보육자는 아이들에게 말할 때 주의해야 하고 아이들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미디어 수단도 제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영상 통화의 발신자가 아이들에게 직접 말을 걸 경우 이들 아이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추가 연구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아동 발달’(Child Development) 최신호(3월 24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