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비슷한 크기의 대형 상어끼리 서로 다투거나 공격하는 일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최상위 포식자끼리의 싸움은 이기든 지든 양쪽에 모두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서로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게 다칠 가능성을 생각할 때 영역이나 짝짓기 등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 수 있는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는 서로 영역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대형 상어들은 어떻게 경쟁을 피할까? 호주 머독대학 연구팀은 지역으로 나눌 수 없다면 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멕시코만의 대형 상어 여섯 종(황소상어, 뱀상어, 샌드바 상어, 블랙팁 상어, 큰귀상어, 홍살귀상어) 172마리의 등 지느러미에 위치 추적 태그를 장착해 이들이 어떤 시간대에 주로 사냥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황소상어는 아침, 뱀상어는 정오, 샌드바 상어는 오후, 블랙팁 상어는 저녁, 큰귀상어와 홍살귀상어는 늦은 밤과 새벽에 사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밤에 곤충을 사냥하는 박쥐와 낮에 사냥하는 새처럼 밤과 낮에 시간대를 나누는 경우는 흔하지만, 상어처럼 시간대를 세밀하게 나눠 서로 경쟁을 피한다는 것은 드문 경우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것 같은 야생에서도 사실 수많은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공존을 모색한다. 적극적인 공생 관계를 선택하는 생물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먹이를 달리하거나 서식 공간을 달리해 서로 경쟁을 피하고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상어 역시 무조건적인 공격이나 경쟁만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공존을 이룬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