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북극곰을 자주 보는 이누이트족의 일화에도 등장한다. 이들 사냥꾼에 따르면, 일부 북극곰은 무거운 얼음덩이나 돌덩이를 사용해 자신의 이빨로도 관통할 수 없는 바다코끼리의 두개골을 깨부순다.
사실 이런 설명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무시해 왔지만, 캐나다의 저명한 북극곰 전문가인 이언 스털링 앨버타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일본의 한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북극곰 한 마리가 줄에 매달린 고기를 얻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를 접하고 연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스털링 박사에 따르면, 북극곰이 바다코끼리를 사냥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한다는 보고는 1700년대부터 구두로 전해졌다. 이는 탐험가나 과학자들이 이누이트족 안내자들에게 전해듣고 문서로 기록해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오늘날 이누이트족이 과학자들에게 직접 본 것을 얘기해줬다는 최신 기록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스털링 박사는 “만일 경험이 풍부한 이누이트족 사냥꾼이 뭔가를 봤다면 그것은 들을 만하고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북극곰을 비롯해 이 종과 가장 가까운 근연종인 불곰에 관한 관찰 연구와 기존 보고서를 통해 이들 동물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털링 박사는 “모든 정보를 토대로 볼 때 도구 사용은 야생에서도 가끔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야생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드물고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 먹잇감도 한정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캐나다의 또 다른 북극곰 전문가로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앤드루 디로처 박사는 “북극곰이 얼음덩이를 무기로 삼을 만한 먹잇감은 바다코끼리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북극곰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미 곰이 도구를 쓰는 법을 알았다면 새끼는 어미를 보고 기술을 익힐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북극곰이 먹이를 잡을 목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관적인 증거와 관찰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들 곰이 정말 영리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많은 관측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누이트족 사냥꾼 가브리엘 닐룽가유크는 7살때부터 북극곰 주변에서 사냥을 해왔기에 이들 동물의 복잡한 사냥 행동을 목격해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미 북극곰은 호기심 많은 어린 물개들이 가까이 오도록 유인하기 위해 잠든 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캐나다 북아메리카북극연구소(AINA)가 발행하는 학술지 아크틱(Arctic)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