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인도

[여기는 인도] 18층 건물 높이, 거대한 ‘쓰레기 산’에 사는 사람들

작성 2021.10.18 13:21 ㅣ 수정 2021.10.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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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뭄바이에 있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쓰레기 산’을 걷는 주민의 모습. AFP 연합뉴스
인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산’을 보금자리와 일터 삼아 사는 사람들의 삶이 조명되면서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BBC는 18일 인도 서부 뭄바이에 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높은 쓰레기 산 인근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파르하 샤이크는(19) 매일 아침 100년 이상 된 쓰레기 산꼭대기에 서서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오기를 기다린다.

샤이크는 지저분한 쓰레기 산 안에서 플라스틱 병이나 유리, 철사 등을 주워 쓰레기 시장에 판매하는데, 그녀처럼 쓰레기 산을 뒤져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값이 나가는 쓰레기는 다름 아닌 버려진 휴대전화다.

버려진 휴대전화를 찾은 날에는 저축해놓았던 돈을 찾아 수리를 받는다는 그녀는 “주운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게임을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몇 주 후면 휴대전화가 고장이 나버리기 때문에 다시 외부세계와 연결이 끊어진다”고 말했다.

샤이크와 주민들이 매일 찾는 이 쓰레기 산에는 1600만t 이상의 쓰레기가 쌓여있다. 인도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큰 쓰레기 산이며, 높이는 36.5m로 18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다. 폐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이나 황화수소,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가스가 방출돼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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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인도 뭄바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의 모습
2016년에는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몇 달 동안 불길과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 인도 당국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도시 대기오염의 주요원인인 미립자 물질의 11%를 차지한다.

평생 쓰레기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온 샤이크와 같은 주민들은 2016년 화재 이후 쓰레기 산에 접근하는 것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시 당국은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이 쓰레기 산 안에서 불을 피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을 강화했지만, 샤이크 등 주민들은 일부러 불을 피워 쓰레기를 소각시키고 그 안에서 값비싼 금속을 찾아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쓰레기 수거꾼들은 경비원들에게 종종 구타를 당하고 구금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경비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순찰이 시작되기 전 쓰레기 산으로 들어가 숨어 있다 수거 작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샤이크 역시 쓰레기 산에 들어가기 위해 매일 최소 50루피(한화 790원)의 뇌물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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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뭄바이에 있는 ‘쓰레기 산’은 인도에서도 가장 오래된 쓰레기 수거장으로, 쓰레기가 건물 18층 높이와 맞먹는 36.5m 까지 쌓여있다.
쓰레기 수거꾼들을 위협하는 것은 또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의료 폐기물이다. 샤이크는 “코로나19 폐기물을 뒤져보려고 했었지만 가족들이 (감염을 우려해) 반대했다. 어쩔 수 없이 되팔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골라서 줍고 있다”면서 “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배고픔이 우릴 죽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델리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인 CSE(Center for Science and Environment)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인도 전역에는 8억t 이상의 쓰레기가 쌓인 ‘쓰레기 산’이 무려 3159개에 이른다. 특히 가장 큰 쓰레기 산이 있는 뭄바이는 지난 26년 동안 해당 부지를 폐쇄하기 위한 법정 소송을 진행해 왔지만, 소송 결과가 지지부진하는 동안 폐기물 투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소각대안연맹(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GAIA)의 다르메시 샤는 “뭄바이나 델리와 같은 대도시에 살게 되면 쓰레기 산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인도 대도시의 쓰레기 문제가 일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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