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핸드볼 선수들의 유니폼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7월이다. 당시 노르웨이 비치 핸드볼 국가대표팀은 불가리아에서 끝난 유럽 비치 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비키니 대신 반바지를 입고 출전했다가, 선수 한 명당 150유로, 모두 합쳐 1500유로(약 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유럽핸드볼연맹(EHF)은 성명을 통해 노르웨이 여자대표팀이 스페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국제핸드볼연맹(IHF) 비치핸드볼 규칙에 어긋나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해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핸드볼연맹 규정에 따르면 비치핸드볼 여자 선수들은 경기 시 비키니 한 벌을 착용해야 한다. 상의는 양팔 전체가 드러나는 스포츠 브라, 하의는 옆면이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남자 선수들의 유니폼은 딱 달라붙는 탱크톱과 무릎 위 10㎝까지 오는 길이의 너무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로 규정돼있다.
노르웨이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이전부터 “비키니 하의가 노출이 심하고 유니폼이 불필요하게 성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생리할 때 볼편하다”고 토로해 왔지만, 국제핸드볼연맹과 유럽핸드볼연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 3개월이 흐른 지난달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유럽 5개국 스포츠 장관들은 IHF에 공동 서한을 보내 “성별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가 스포츠에 남을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며 ‘구식 복장 규정’을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또 노르웨이의 성평등 인권단체는 “(핸드볼연맹이 규정을 바꾸는 것으로) 스포츠에서 여성 차별 및 대상화에 대한 종말이 시작되길 바란다”면서 “미래에는 모든 여성들이 성희롱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국제핸드볼연맹은 여성 선수들이 비키니가 아닌 ‘몸에 꼭 맞는 짧은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규정으로 변경했다. 바뀐 규정은 여성 선수가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하지만, 여전히 ‘몸이 꽉 맞는’ 복장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여성 운동선수들은 복장 규정에 대한 이중잣대에 문제가 있다며 꾸준히 규정 변경을 주장했다. 실제로 육상이나 비치발리볼, 테니스 등 여러 스포츠에서 여성 선수는 남성에 비해 노출이 더 심한 복장을 입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