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개자리 Z 별(Z Canis Majoris, Z CMa)은 나이가 30만 년에 불과한 어린 별로 사람으로 치면 아직 태어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신생아다. 하지만 그 밝기는 태양을 압도할 정도로 밝다. 사실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별로 된 쌍성계일 뿐 아니라. 태양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 두 별 주변에는 거대한 가스와 먼지 고리인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 역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의 루오빙 동이 이끄는 연구팀은 칠레 고산 지대에 설치된 거대 전파 망원경인 ALMA와 미국에 있는 대형 전파 망원경인 VLA(Karl G. Jansky Very Large Array)로 큰개자리 Z 별을 관측하고는 깜짝 놀랐다. 주변에 있는 원시 행성계 원반이 원형이 아니라 한쪽으로 길게 늘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후속 관측을 통해 범인의 정체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늘어난 형태로 볼 때 어떤 천체가 주변을 스쳐 지나가면서 중력으로 물질을 끌어당긴 결과로 보고 있다. 쌍성계의 강력한 중력을 이기고 물질을 끌어당긴 점을 보면 침입자의 정체는 다른 별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큰개자리 Z 별이 있는 가스 성운에는 여러 개의 새로운 별이 태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근처를 지나는 별의 중력이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생성 중인 행성의 궤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별의 질량은 행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스쳐 지나간 경우에도 행성의 궤도는 크게 변할 수 있다. 결국 별에 매우 가까운 궤도로 이동하거나 혹은 아예 아주 먼 궤도로 끌려갈 수 있다. 그리고 심한 경우 아예 별 주변에서 이탈해 떠돌이 행성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별의 중력 간섭에 의한 행성 궤도 변경은 이론적으로는 예측되었던 일이지만,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실제 증거를 포착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 되진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생기고 행성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위해 계속해서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를 관측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