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밍엄에 사는 윌러드 위건은 26일(현지시간) 영국 itv에 출연해 어떻게 초미니 조각품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공개했다.
위건은 조각품을 만들 때 현미경을 사용한다. 작품이 바늘구멍에 들어가야 하니 자세히 봐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재료 역시 곰 인형의 실밥이나 거미줄 또는 먼지와 같이 평범하지 않은 것을 쓰기 때문이다. 도구 역시 자신이 직접 만든 매우 작은 도구를 쓴다. 그리고 채색할 때는 붓 대신 죽은 파리의 털이나 속눈썹 가닥 등을 이용한다. 이때 위건은 작품을 망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심장이 박동하는 찰나의 순간에 칠을 한다.
최근 위건이 만든 작품 중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음악 그룹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과 미국의 역대 주요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산 등이 있다. 그가 만든 작품은 너무 작아 사진으로 찍는 것조차 어렵다. 위건은 이날 온실이 딸린 작은 집과 바이올린을 켜는 여성 모습이 담긴 조각품도 선보였다.
이날 위건은 자신이 매일 16~17시간씩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석 달 이상 작업에 몰두해야 하나의 조각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폐증을 앓는 위건은 “자폐증에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극단적인 능력이 있다”면서 “덕분에 난 때때로 잠들지 않고 작업에 매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얼굴을 보면 그 형상이 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가 바늘구멍에 조각해 넣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폐증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책을 잃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위건은 어머니가 생전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우연히 개미를 보고 개미집을 만들 생각을 떠올린 위건은 나무 조각을 붙여 2㎝ 정도의 작은 오두막을 만들었다. 작품을 본 어머니는 “작품이 작을수록 네 이름은 더 커질 것”이라며 말했다.
위건은 “어머니는 내게 항상 ‘더 복잡한 작품을 만들어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위건은 이쑤시개를 조각해 지름 2~5㎜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자신감을 얻어 점점 작은 조각을 만들기 시작해 쌀알이나 모래알에 조각했다.
결국 위건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0.005㎜의 조각품을 완성했다. 실제로 그가 2013년 만든 오토바이 조각품은 무려 0.003㎜로 그 크기는 인체의 혈액 세포만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기네스북에 처음 올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