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주 4일제가 대선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먼 나라 벨기에가 유연근무제 도입을 발표하고 나섰다. 유로뉴스, 브뤼셀타임스 등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정부가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 4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근무일수 조정은 근로자가 고용주에게 신청하면 된다. 고용주는 이런 근로자 요청을 거부할 수 있지만, 정확한 거부 사유를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임금도 삭감해선 안 된다.
신청은 6개월 단위로 가능하다. 벨기에 정부 대변인은 “근로자는 6개월 후 주 4일제 연장 혹은 주 5일제 복귀를 선택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에 너무 오래 매여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라 20인 이상 기업 재직자는 단절권, 즉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보장받는다. 근로자들은 정규 근무 시간 이후에 걸려오는 상사의 전화나 문자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는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돼야 한다. 피에르 이브 데르마뉴 벨기에 부총리겸 노동장관은 “직장과 사생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기업도 주 4일제를 벌써 시행 중이다. 영국,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도 주 4일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지난해 3월 200~400개 기업 3000~6000명 근로자에게 임금 삭감 없이 주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 4일제 논의는 꾸준하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관련 공약이 논의의 장에 올랐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무시간은 1967시간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26시간)보다 연간 241시간이 더 길다.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OECD 가입국 근로자들보다 한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