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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의문사 美 한국계 일가족, 보내지 못한 마지막 문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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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포스트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마리포사카운티 보안관실이 공개한 일가족 통화기록에서 구조요청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미국 서부의 한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국계 일가족이 사망 직전까지 구조요청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포스트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마리포사카운티 보안관실이 공개한 일가족 통화기록에서 구조요청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안관실이 가족 중 남편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일가족은 등산에 나선 2021년 8월 15일 오전 8시부터 등산로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족이 마지막 사진을 촬영한 건 10시 29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었던 이들 가족의 등산에 이상이 생긴 건 정오 직전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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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휴대전화에서는 같은 날 오전 11시 56분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려 한 흔적이 발견됐다. 남편은 "우리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 험난한 런디 등산로에서 하이츠 코브 등산로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아기와 함께 있는데 물도 없고 너무 덥다"는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

하지만 통신 제한 구역이라 구조 요청은 실패로 돌아갔다. 12시 9분부터 12시 36분까지 911이 아닌 다른 곳에 5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연결되지 않았다. 오후 12시 25분 현재 위치가 찍힌 지도를 캡처했으나 마찬가지로 전송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보안관실 발표대로 일가족 사망 원인이 열사병 및 탈수임이 재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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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성 엘렌 정(31)씨와 남편 존 게리시(45), 딸 미주 정 게리시(1)와 반려견은 지난해 8월 17일,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시에라 국유림의 하이트 코브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6일 밤 11시쯤 가족 도우미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색에 나선지 10시간 만이었다.

남편은 앉은 채로, 아기는 그 옆에 누운 채 발견됐으며 아내는 조금 더 위쪽 언덕에 쓰러져 있었다. 보안관실은 일가족이 등산로 한쪽에 주차한 차로 돌아가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 어떤 외상도, 유서도 없어 사인을 밝히는 게 쉽지 않았다. 남편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나왔으나, 통신 연결이 되지 않는 지역이라 구조요청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보안관실이 등산로 근처 강에서 보고된 독성 녹조류나 인근 폐광이 뿜어내는 유해 가스에 노출됐을 가능성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펼쳤지만 이렇다 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사건은 그렇게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보안관실은 이후로 두 달간 연방·주 정부 기관과 협력해 사건 현장을 샅샅이 조사하는 등 수사를 계속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일가족이 열사병과 탈수로 사망한 것 같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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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이 등산에 나선 2021년 8월 15일 사고 현장 최고기온은 41.7∼42.8℃에 달했다. 가족에겐 2.5L짜리 물통이 있었지만, 발견 당시에는 비어 있었다. 보안관실은 이들 가족이 총 12.9㎞ 길이의 등산로 등반을 거의 다 마쳤으나, 고온과 가파른 지형, 부족한 그늘 등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안관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 후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이들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결코 밝혀지지 않은 채 우리에게 남겨질 것이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다행히 휴대전화 분석에서 탈수를 호소하는 일가족의 문자메시지가 발견되면서 사망원인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됐다.

한편 아내 정씨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이며, 남편 게리시씨는 구글에서 일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사망 직전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으로 직장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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