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지역을 점령했을 당시 현지 여성들을 성폭행했다고 해당 지역들을 탈출한 피란민들이 밝혔다.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소도시 이르핀에서 탈출한 안나 셰우첸코(63)는 “러시아군은 짐승이다. 술 취한 군인 여러 명이 이웃집 지하실에서 15세 소녀와 어머니를 끌어내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키이우 동쪽 소도시 브로바리에 살던 올가 분다로우(58)도 “러시아 군인들은 술에 취했을 때 여성들을 끌어냈다. 때로는 나이 든 여성들도 있었다”며 “너무 무서워서 숨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행당한 후 목을 맨 채 죽은 여성들이 많다는 증언도 나온다. 러시아 군인들이 죽였는지 아니면 성폭행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 점령 지역에서 전시 강간 피해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러시아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우크라이나 피해자의 첫 증언을 공개했다. 나탈리아(가명·33)는 “러시아 군인들이 남편을 총으로 사살했고, 이후 2명의 군인이 4살 아들 앞에서 나를 성폭행했다”고 증언했다.
러시아는 “우리 군인들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신고 사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시에 벌어지는 성폭행은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규정’이 제정된 이후 줄곧 전쟁 범죄의 한 종류로 다뤄져 왔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 주민들은 “러시아군은 보이는 사람을 모조리 쐈다”고 주장했다. 양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은 시신이 수십 구 발견돼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을 ‘처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차 집단학살’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러시아의 모든 지도자들은 그들의 명령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쟁범죄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전범행위 조사를 위한 정부합동 특별사법기구 창설을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차 외에도 이르핀, 호스토멜 등 키이우 주변 소도시에서 약 41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임간인이 3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집단학살”이라고 말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이 지옥을 만든 짐승 같은 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기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