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더 스탠다드는 최근 홍콩 교육부가 외국인 원어민 교사들에게 홍콩의 헌법을 지지하고 정부 방침에 절대적인 지지를 표시하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제했다고 12일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홍콩에서 당국에 대한 충성 맹세를 골자로 한 서면 계약서인 것.
보도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충성 맹세 서약서는 오는 21일까지 서명해 정부 당국에 제출해야 하며, 이 서약서에 서면 동의한 외국인 원어민 교사만 다음 9월 학기 재계약을 논의할 수 있다는 강제 조건도 하달됐다.
홍콩 교육부가 해당 방침을 공고하며 ‘이를 무시하거나 거절할 시 홍콩 현지에서의 계약은 즉시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상 외국인 교사들은 홍콩에서 계속 근무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홍콩 정부가 요구하는 충성 맹세 서약서에 동의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셈이다.
이번 충성 맹세 서약서 동의가 강제된 외국인 교사들은 홍콩 교육부에 소속돼 국공립 초중고교에 근무 중이었던 원어민 교사들이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 지난 1997년 처음 도입한 일명 ‘NET프로그램’(Native-speaking English Teachers)을 통해 홍콩 국공립 교육기관에 근무했던 외국 국적의 교사들로, 이들은 지금껏 기본 2년을 기간으로 한 근무 계약을 맺고 현지에 체류해왔다.
특히 홍콩 교육부는 이들에게 월평균 최소 3만 2천 홍콩달러(약 522만 원)에서 최고 7만 4000 홍콩달러(약 1천 210만 원)까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임금과 정부 보조금 등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지나친 제로 코로나 방역 탓에 지난 4월 기준 홍콩 전체 초중고교에서 근무 중이었던 외국인 원어민 교사 가운데 13%가 재계약을 거절한 채 홍콩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년 사이 가장 높은 재계약 거부 비중이었다.
한편, 이번에 외국인 원어민 교사들에게 강제된 충성 서약문은 앞서 지난 2020년 10월 홍콩 정규직 공무원 전원에게 서명을 강제했던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콩 정부는 7개월 뒤인 지난해 5월에는 홍콩 정부 소속의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에게도 동일한 내용의 충성 서약서 서명을 강제한 바 있다.
이 서약문은 학교 교육에서 국가 안보를 최우선 교육 과제로 제시하고, 교사들은 1989년 톈안문 유혈진압 사태와 같은 민감한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연 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