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줄기차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통위반 행정을 총괄하는 에콰도르 교통위원회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디에고라는 이름의 남자는 최근 과속이 적발됐으니 범칙금을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남자가 최고속도를 위반했다는 곳은 E35 도로, 과속을 했다는 날짜와 시간은 4월 24일 오전 10시49분으로 정확히 표시돼 있었다. E35의 최고속도는 시속 100km인데 남자는 시속 104km로 달리다 카메라에 잡혔다고 되어 있었다.
남자에게 부과된 범칙금은 142달러(약 18만3000원)로 에콰도르 최저임금의 1/3에 달하는, 범칙금으로 내기엔 상당히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남자가 그날 그 시각 E35 도로를 달린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교통위반 통지를 받은 남자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남자의 자동차는 고장을 일으켜 견인차에 실려 가던 중이었다.
교통위반 통지문에 인쇄돼 있는 사진에도 남자의 자동차가 견인차에 실려 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와 있다. 남자는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당국은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교통위반을 현장에서 확인한 단속반원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남자에게 발송된 통지문엔 과속을 목격했다는 단속반원의 실명과 서명이 있었다.
억울한 나머지 남자는 교통위원장에게 직접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편지를 썼다. 그는 "장난 같지만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인 사건이라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자는 편지에서 "견인차에 실려 있는 자동차가 과속을 했다는데 이의 제기도 안 된다고 한다"면서 "말도 안 되는 이런 시스템, 이젠 고쳐야 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교통위원회는 최근 남자에게 공식 답변을 했다. 사연은 황당했지만 위원회의 답은 "귀하의 민원이 담당부서에 의해 해결되었습니다"라고 짧기 그지없었다.
교통행정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기 시작한 건 남자가 다시 이 사연을 SNS에 공유하면서였다. 네티즌들은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 사과부터 하고, 도대체 어떻게 해결됐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혀보라"라고 비판했다. 과속을 확인했다는 단속반원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도 밝히라고 네티즌들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교통위원회는 이에 대해 추가 입장을 내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말도 안 되는 실수에 대해 사과도 않고, 슬쩍 넘어가려는 모양" "후진국 면모 또 확인하네. 위원장 사임하라"는 등 교통위원회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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