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언론노조(SNTP)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주에만 15개 라디오방송을 폐쇄했다. 지난 4개월간 베네수엘라에서 폐쇄된 라디오방송은 이로써 60개를 넘어섰다. 방송 폐쇄는 이웃나라 콜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에서 집중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지난주 폐쇄된 15개 라디오방송 중 8개 라디오방송은 콜롬비아와 맞붙어 있는 타치라주(州)에서 현지 소식을 전하던 언론매체였다. 6개 라디오방송이 폐쇄된 술리아주도 콜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술리아주에선 9월과 10월 2개월간 라디오방송 15곳이 무더기로 문을 닫아야 했다.
기자들은 “베네수엘라의 현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 당국이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는 방송들을 무더기로 폐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라디오방송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는 식으로 방송을 폐쇄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은 후 불법방송을 한다는 이유로 폐쇄결정을 내린다. 폐쇄결정이 내려지면 경찰이 들이닥쳐 방송장비를 압수한다. 폐쇄된 방송은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해진다.
기자들은 “방송허가를 취득하는 절차가 불투명하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 입맛대로 어떤 결정이라도 내릴 수 있다”면서 “방송장비까지 압수하는 건 정부가 강도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다름이 없다”고 고발했다.
베네수엘라의 언론 탄압은 이미 국제사회의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언론자유연합(Media Freedom Coalition)은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의 언론탄압을 규탄했다.
미국, 독일, 영국 등 23개국이 서명에 참가한 규탄성명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표현의 자유가 위협적인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다. 독립 언론에 대한 탄압, 언론인(기자) 박해, 정보유통 제한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명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 폐쇄, 재산몰수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고발했다.
마두로 정부는 인터넷 정보도 통제하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
언론자유연합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표현의 자유는 기본”이라면서 마두로 정부에 언론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