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중국

[여기는 중국] 경제난에 눈물 나는 부정…땅 속에 파묻은 돈 꺼내는 아버지들

작성 2022.11.07 16:55 ㅣ 수정 2022.11.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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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를 위해 땅 속 아래 깊숙하게 모아뒀던 돈을 꺼내 선뜻 손에 쥐어 준 할아버지의 사연에 이목이 집중됐다
고물가 시대 경제난을 겪는 중국에서 몇 년 동안 남몰래 저축했던 현금 뭉텅이를 기꺼이 꺼내 자녀들에게 내놓은 아버지들의 눈물 나는 부정이 화제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영상이 게재되면서 화제가 된 중국 쓰촨성의 한 60대 남성이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는 손자를 위해 수십 년 동안 저축했던 현금을 전달했다. 평생을 농업에 종사해오고 있는 60대 리 모 할아버지는 최근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고 고향을 찾은 손자 샤오리 군에게 선뜻 자신이 남몰래 모아 둔 전 재산을 내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쓰촨 청두시 외곽에 소재한 공장에서 농민공으로 근무했던 샤오리 군이 돌연 공장 내부에서 발견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직장이 전면 봉쇄되자 할아버지가 거주 중인 고향 마을을 찾아 그간의 사정을 털어놨던 것. 손자 샤오리 군의 딱한 사연을 들은 리 씨 할아버지는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집 앞 화단 앞의 땅을 삽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채 할아버지의 행동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던 샤오리 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수년간 땅속에 고히 묻어 뒀던 현금 뭉치를 꺼내 자신의 두 손에 선뜻 쥐어줬다면서 그간의 사연을 SNS에 공유했다. 리 씨 할아버지가 샤오리 군에게 쥐어 준 현금은 여러 장의 비닐 봉투 속에 넣어져, 끈으로 단단히 동여 매 있는데, 외관상으로는 누가 봐도 봉투 속 물건이 현금 뭉치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동여 매져 있었다.

수 년에 걸쳐 봉인됐던 봉투를 열자 지난 몇 년 동안 할아버지가 저축했던 1위안짜리의 소액 동전부터 5위안의 동전, 이미 삭아서 일부는 조각이 난 채 보관된 현금 등이 눈에 띄였다.

리 씨 할아버지는 이 돈에 대해 “지금은 고인이 된 할머니와 함께 매년 조금씩 저축했던 돈”이라면서 “평소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고, 우리 두 사람은 은행 업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장소인 땅속에 묻어 뒀다. 손자가 곤경에 처했다고 하니 이 돈이 이제야 그 빛을 본다. 손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거친 손으로 연신 샤오리 군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사연을 직접 SNS에 공유했던 샤오리 군은 “어려서부터 외할머니 댁에서 자랐기 때문에 조부모와의 정이 각별하다”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농민공 생활을 했지만, 조부모는 항상 마음의 고향이었다. 힘들 때마다 고향을 떠올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어왔다”고 했다.

리 씨 할아버지가 전달한 금액은 약 1만 위안(약 194만 원) 상당으로, 샤오리 군을 포함한 가족들 전체를 위한 공동 계좌에 예금해 만일의 경우를 위해 저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 자녀들을 위해 선뜻 도움을 손길을 내민 눈물겨운 부정을 담은 사연은 또 있다.

지난달 1일 헤이룽장성 치타이허에 거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 쑨 모 씨가 부친이 2년 동안 침대 아래에 몰래 저축해뒀던 현금을 전달받은 사연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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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을 위해 2년 동안 침대 아래에 남몰래 저축했던 돈을 꺼내 준 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쑨 씨가 직접 촬영한 영상 속에는 쑨 씨의 부친이 침대 모서리 틈으로 지난 2년 동안 모은 100위안(약 1만 9400원)짜리 현금 더미가 3만 위안(약 581만 5500원)어치 저장돼 있었다. 쑨 씨는 최근 아버지의 집을 찾았다가 의도치 않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이 사연을 들은 부친이 침대 옆의 작은 구멍을 열어 그 안에 숨겨뒀던 총 3만 2100위안의 돈을 꺼내 자신의 손에 쥐어 줬다고 했다.

실제로 쑨 씨가 공개한 영상 속에는 2년 동안 쑨 씨의 부친이 저축한 100위안의 현금들이 침대 모서리 빈틈을 통해 바닥으로 쏟아지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이를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경제난과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겨워하고 있지만 부모님이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재기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이라면서 “부모님이 항상 내 뒤에서 나를 단단히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어려운 시기에도 힘을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가족이 있다면 살 만한 가치가 충분한 세상”이라는 반응이 뒤따랐다. 
 


임지연 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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