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방어 기전이 항상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세균이 만든 독소와 일부 약물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에 잘못 반응해 심한 구토와 구역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구토 부작용을 지닌 항암제가 대표적이다.
중국 베이징 국립 생물학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세균 독소에 반응해 구토를 유발하는 기전을 좀 더 상세히 연구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대표적 식중독 원인균인 포도상구균이 만드는 엔테로톡신 A(Staphylococcal enterotoxin A)가 구토를 유발하는 기전을 조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엔테로톡신 A는 장 점막에 있는 EC 세포를 자극해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만든다.
세로토닌은 미주신경을 자극해 배측 미주신경 복합체(dorsal vagal complex)를 활성화시킨다. 연구팀은 측 미주신경 복합체에서도 Tac1+ DVC 신경 세포가 구토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세포를 억제하면 약물 유발성 구토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실제 약물 개발까지는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렇게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항암제를 포함해서 꼭 필요한 약물인데 구토가 심해 투약이 어려웠던 환자들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