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시장협회에서 진행한 화상 연설에서 “크렘린은 이번 겨울 추위를 대량살상무기로 바꾸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겨울에서 살아남고 러시아가 추위를 공포와 굴복의 도구로 바꾸는 걸 막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면서 발전기와 의료장비, 지뢰제거 지원 등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테러행위에 맞서 우리 마을과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이 올겨울 생명의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WHO의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00차례가 넘는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의 절반가량이 파괴되거나 망가져 약 1000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이번 겨울이 생존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겨울 날씨는 상당히 혹독한 편이다. 수도 키이우는 이미 눈에 덮였고, 일부 지역은 올겨울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 등지에서 수백만 명이 최소한 내년 3월 말까지 전력과 수도공급이 끊긴 채 생활해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계획단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서리가 내리거나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면 긴급단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 “전기 절약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미국·유럽연합, 우크라이나에 추가 재정 지원미국은 우크라이나 구호를 위해 45억 달러(약 6조 10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위해 45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할 것이다. 지원금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정 안정성 강화에 쓰일 것이다. 병원 근무자와 학교 교사, 사회보장 요원, 공무원 등의 임금 지급을 비롯해 공적 서비스 부문에 충당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제공한 재정 지원은 총 130억 달러(약 17조 6000억 원)에 이르게 됐다.
옐런 장관은 또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다른 기부도 늘려야 한다며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재무부와 미국 정부는 제재 동맹을 포함해 푸틴의 워머신(군수 물자)를 약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25억 유로(약 3조 4800억원)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만큼 계속 지원할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우크라이나에 180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며, 자금은 정기적으로 지급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9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35년 대출 형태로 매달 15억 유로(약 2조 원)를 보내는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EU는 이미 올해 우크라이나에 42억 유로(약 5조 8400억원)를 지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