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칠레 전국에는 해수욕장이 널려 있다. 전국을 이동하면서 어느 곳에서나 해수욕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국가가 칠레다.
이런 칠레에서 해수욕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누군가 예언한다면 믿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민 대다수가 코웃음을 칠 말처럼 들리지만 해수욕장이 사라진다는 경고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일이었다.
현지 언론은 “기후변화와 잦은 해일, 인간의 환경훼손으로 길게는 수십 년, 짧게는 수년 내 칠레에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해수욕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칠레 발파라이소대학의 해양공학전문가 파트리시오 윈클레르는 “해수욕장이 점점 줄고 있는 건 이미 진행 중인 추세”라며 “특히 아리카와 로스라고스 지방 등지에선 2년마다 해변 모래사장이 두 배의 속도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휴양지인 비냐델마르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때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이 있던 비냐델마르의 모래사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1936년과 2021년 동일한 곳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파도가 밀려오고 빠져나가던 낭만적 풍경은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있다. 불과 85년 만에 모래사장은 증발하듯 사라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앞으로 20년 뒤 지금의 해변 모습이 바뀔 수 있는 위험이 가장 큰 곳은 칠레 북부와 남부”라며 “침식으로 모래사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곳이 수두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변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건 근본적으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가뭄으로 비가 적게 내리면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수와 산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바다로 흘러드는 물을 줄였기 때문이다. 모래가 파도에 밀려 해변으로 나온 뒤 강렬한 태양에 말라야 모래사장이 유지되는데 인간이 이런 자연의 사이클에 방해물을 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자연을 자연 그대로 놔둬야 하는데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사람이 개입하다 보니 결국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며 “바닷물에 염도까지 낮아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어 앞으로는 훨씬 삭막해진 바닷가의 모습에 익숙해져야 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사진=모래사장이 사라진 비냐델마르의 해변. (출처=발파라이소대학)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