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 매체 폴리곤 등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 용병 회사인 바그너 그룹을 통해 모집된 죄수 출신 용병들은 적군(우크라이나군)의 포화에 맞서 돌격하지 않으면 공개 처형을 당한다. 이른바 ‘형벌부대’(죄수부대)로 불리는 죄수 출신 용병들이 처한 현실인 것이다.
앞서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6개월간 복무하고 살아남은 죄수 출신 용병 24명이 사면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병력 부족에 시달리던 지난해 여름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은 수감 중인 죄수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간 복무하면 사면하는 조건을 제시했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죄수 용병 출신 예브게니 노비코프는 “명령에 불복종하는 대원은 죽게 되는 데 처형은 공개적으로 행해진다”고 말했다.
노비코프는 전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대원을 처형하는 게 임무인 정리부대 ‘렉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한 예로 포격이 시작됐을 때 죄수 용병 한 명이 누워서 다른 대원들을 엄호하지 않았다. 그는 포격이 멈추자 뒤로 물러났고 상관이 그에게 ‘왜 앞으로 나가지 않냐’고 소리쳤다”면서 “그후 렉스(정리부대)가 그를 죽였다”고 말했다. 또 “부대원이 탈영한 적도 있었는데 선임병이 대신 처형당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생존자인 알렉산더 드로즈도프는 죄수 출신 용병들 중 상당수는 마약 중독자라면서 “완전히 정신이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부 용병은 탈영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하기라도 하지만, 이들은 불도저처럼 그저 돌격하다 그냥 죽는다. 일반 용병들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세르게이 베레샤긴이라는 또 다른 생존자는 6개월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복무했으나, 처음에 약속받은 월급 10만 루블(약 180만 원)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부대에서는 다른 용병들도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죄수 출신 용병들의 사면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에게 앞으로 행실을 바로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었다. 그는 “이들은 죄수 출신 용병 중 처음 풀려나는 것”이라면서 “만취하지 말고, 마약을 하지 마라. 여자들 성폭행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대중은 “그들을 깊은 존경으로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용병을 공급해 러시아 정부의 정규군 사상자 비율을 줄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바그너 그룹이 죄수 출신 4만 명을 포함해 모두 5만 명 정도의 용병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