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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차량 보닛, ‘이 녀석’ 소행…보험 처리 가능?[여기는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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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중한 덩치의 바다사자가 자동차에 기댄 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출처=크로니카)
“이럴 때 보험은 어떻게 청구해야 하나요?”

대처할 방법이 애매한 피해자는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서 의견을 물었다. 진지한 질문이었지만 그런 피해자에게 네티즌들은 “'가해자'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냥 없었던 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가해자는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덩치를 가진 바다사자였다. 

지구 최남단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에서 발생한 사고가 화제다. 피해를 본 차주는 엔소 사바티니. 그는 우수아이아의 한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했다가 흔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 

주차 후 일을 보고 돌아와 자동차를 보니 보닛이 푹 꺼져 있었다. 묵직한 무언가가 보닛을 꾹 누른 것 같았지만 경위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CCTV가 없는 데다 블랙박스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우수아이아에서 범인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그랬던 그는 엉뚱하게도 우수아이아의 지방 뉴스포털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한 사진기자가 우연히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 공개했던던 것. 자동차 보닛을 꾹 눌러 푹 꺼지게 만든 범인은 사진으로 봐도 엄청나게 육중한 몸을 가진 바다사자였다. 

사진을 보면 바다사자는 자동차 앞부분에 몸을 기댄 채 머리를 보닛에 올리고 있다. 아직은 바다사자가 힘을 주기 전이라 자동차가 훼손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보닛의 푹 눌린 부분과 바다사자가 머리를 올려놓고 있는 부분은 정확히 일치했다. 

물증을 잡은 사바티니는 보험회사에 수리비를 청구하기로 작정했지만, 보험 처리가 가능할 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다. 그는 “주행 중 동물을 친 것도 아니고, 피해를 입힌 게 사람도 아니어서 자연재해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SNS에 사진을 올리고 자문을 구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댓글 수백 개가 달리고 ‘좋아요’가 쇄도하는 등 사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속 시원한 전문가 답은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웃고 넘기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특히 바다사자의 천진난만한 얼굴표정을 보고 봐주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댓글은 주로 “저렇게 귀여운 바다사자의 소행인데 어떻게 화를 내겠냐” “사람이 너무 좋아서 주차장까지 왔나보다. 추억으로 여기고 말자” “얼굴을 보니 고의성(?)은 없어 보인다. 용서해주자” “바다사자가 자동차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너무 행복해 보인다” 등의 내용이었다.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이맘때 우수아이아 해변에서 바다사자를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 바다사자는 털갈이를 위해 우수아이아를 찾는다고 한다. 이후 바다로 돌아가 살다가 번식을 위해 다시 육지를 찾는다. 

사진=육중한 덩치의 바다사자가 자동차에 기댄 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출처=크로니카)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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