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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 냉장고까지…이라크서 5000년 전 ‘고대 주점’ 발견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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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덕에 냉장고까지…이라크서 5000년 전 ‘고대 주점’ 발견 / 사진=라가시 고고학 프로젝트
고대 수메르 제국의 핵심 도시인 라가시 유적에서 거의 5000년 된 마을 주점이 발견됐다. 오늘날 텔 알히바로 불리는 이 도시는 이라크 남동부 디카르주 주도인 나시리야에서 차로 1시간여 거리에 있다. 처음에 라가시로 알려졌던 인근 마을 텔로는 나중에 수메르 시대 종교 도시인 기르수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대 등 고고학 연구진은 라가시 발굴지에서 화덕과 진흙 냉장고 등 시설을 갖춘 기원전 2700년쯤의 마을 주점 흔적을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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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연구진이 발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라가시 고고학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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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학자들은 첨단 기술을 사용해 땅 속을 보고 필요한 경우에만 발굴한다. / 사진=라가시 고고학 프로젝트
이 흔적은 땅에서 약 50㎝ 아래에서부터 발굴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맛있게 조리하기 위한 시설과 도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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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채소를 가득 채운 진흙 냉장고의 모습. 이 냉장고는 일부 지역에서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 / 사진=Peter Rink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가장 놀라운 건 ‘지르’(zeer·زير)라고 불리는 전통 방식의 음식 저장고다. 지르는 진흙으로 만든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고 그 틈에 흙을 채워서 만든다. 이 흙에 정기적으로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내용물의 열을 빼앗기에 음식을 시원하게 유지해줘 ‘진흙 냉장고’라고도 한다.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조리할 수 있는 커다란 화덕도 있다. 원뿔 모양의 그릇도 수십 개 나왔는데 여기에선 생선 등 음식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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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가시 발굴 현장의 모습. / 사진=라가시 발굴 프로젝트
구조를 분석한 결과 주점에는 손님들이 바깥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야외 벤치와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또 요리와 식사 등 용도에 맞게 공간을 분리해둔 흔적도 남아 있다.


이 주점은 수메르 사회가 지배층과 노예화된 민중으로 양극화돼 있었을 것이란 기존의 주류적 관점과 달리 중산층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풀이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고고학자 리드 굿맨은 “당시 사람들에게 앉아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생선 스튜를 먹을 수 있는 공개적인 모임 장소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왕의 폭정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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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가시 유적 발굴지의 항공 뷰 / 사진=라가시 발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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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가시와 기르수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 / 사진=Iran_location_map.svg: Uwe DederingIraq_location_map.svg: NordNordWestderivative work: 배우는사람,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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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가시는 이라크 남동부 디카르주 주도인 나시리야에서 차로 1시간여 거리에 있다. / 사진=구글맵
수메르는 8500여 년 전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발달한 세계 최고(最古) 문명이다. 아카드,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가운데서도 가장 앞서 태동했다. 맥주는 6000여 년 전 고대 수메르인들이 최초로 만들어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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