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사진은 지진 피해 현장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구조된 신생아와 영아 16명이 비행기를 타고 수도 앙카라의 의료시설로 옮겨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고자 하는 구조대원들과 시민들의 노력, 아기 스스로 살고자 하는 의지, 동시에 끝까지 아기는 살리고자 했을 부모 등 가족들 덕분에 목숨을 건진 각각의 아기들은 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무사히 수도로 이송됐다.
아기들이 타고 있는 비행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전용기로 확인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전용기는 지진 발생 후 의료팀 수송과 부상자 이송 등을 위해 지진 현장 인근에 대기 중이었다.
지진 현장에서 구조된 아기 16명은 추운 날씨에 대비해 여러 겹의 두꺼운 담요로 감싸여졌고, 수도 앙카라에 도착한 이후에는 구조대원들의 품에 안겨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지 언론은 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앙카라에 도착한 아기 16명이 현지 가족사회복지부 산하의 아동단체에서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아기 16명은 모두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서 구조됐다. 이중 2명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나머지 14명의 신원은 확인됐지만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지진은 대비 못해”…대통령 발언에 분노하는 국민들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대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전용기를 내놓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CNN 등 외신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남부 하타이주(州) 등 피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국 대응과 관련해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있기는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정부가 재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일부 부정한 사람들이 정부를 향해 허위 비방을 늘어놓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불만에 휩싸인 것은 튀르키예 국민들이다. 튀르키예 내부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징수한 지진세(특별통신세)의 용처가 불분명하고, 건물들의 부실공사 정황 등이 포착됐다.
영국 BBC는 “약 880억 리라(약 5조8000억 원)이 재난 예방과 긴급대응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튀르키예 정부는 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동생과 조카들이 잔해 속에 갇혀 있다는 한 주민은 “사람들이 (7일) 아침에 봉기했다. 경찰이 개입해야 한다”면서 “1999년 이후 걷힌 우리의 세금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AFP통신은 “진앙지인 가지안테프 주민들은 지진 발생 후 12시간 동안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진 피해 규모, 튀르키예 GDP의 6% 예상”한편,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10만 명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상되는 피해 규모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6%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8일 공개한 새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을 14%로 추정했다.
USGS는 “이 지역 주민 상당수가 지진에 취약한 구조물에 거주하고 있다”며 “최근 지진은 산사태와 같은 2차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날 USGS는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규모도 GDP의 최대 2%에서 6%로 올려잡았다.
USGS는 추정 인명피해와 경제 손실을 각각 ‘적색 경보’로 표시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적색 경보에는 국가적, 국제적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