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 연설 도중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 미사일 공습을 이어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테러리스트 국가”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들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을 맞아 초토화가 된 남부 헤르손주(州)의 한 버스 정류장을 담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은 미사일 여러 대를 발사했고, 미사일의 목표물은 대부분 버스 정류장과 같은 민간 시설이었다. 이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민간인 1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또 다른 민간인 1명은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초토화된 버스 정류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와 시신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러시아가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주차장과 주거지역, 대중교통 정류장 등이 러시아군 미사일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테러리스트 국가(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가에 대한 모든 비인간적인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헤르손주 당국은 이날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헤르손주는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남부 요충지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9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지역을 점령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해당 지역을 사이에 두고 양군의 격전이 이어지고 있다.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 국가 때문" 주장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첫 국정연설에서 이번 전쟁과 관련한 서방의 책임론을 거듭 주장했다. 서방이 전쟁을 유도했으며, 러시아는 이에 맞서 국익과 평화, 세계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전부터 서방과 무기 공급에 대해 의논했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직전인 2021년 12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안전보장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서방이 이를 모두 거절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확전의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가 친러시아 세력이 포진한 동부 돈바스에서 “학살”을 일으키려고 했으며, 그 다음 단계로 크름반도의 세바스토폴 공격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