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초당파 의원 모임인 일한의원연맹 측은 전날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는 “윤 대통령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중요시 해나가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이자 차기 일한의원연맹 회장 내정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IAEA와 협력해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이에 윤 대통령은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화가 오갔냐는 질문에 “정상회담 대화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원칙은 있다”며 “과학적인 측면과 국민 정서적 측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남아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 사이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언급됐는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오염수 방류로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제주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오늘(20일) 도에서 열린 도정 연안 공유 티타임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제주 어업인만이 아니라, 국내 어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서 “12년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한 차례도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국제관계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일본 측에 강력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일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이번 회담,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함” 비난한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올 6월 이후 여름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답방하는 시점 역시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파장을 일으킬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줄곧 일본 측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할 뿐, 방류 계획 철회 요구 등 강한 반대 의사는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 이사회에 참석, 의제 발언을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과학적·객관적 관점에서 안전하고, 국제법·국제기준에 부합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이고 검증 가능한 후쿠시마 오염수 분석이 확인될 때까지 방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한다”며 반발했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 생태계의 생명과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핵 테러를 묵인한 회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주요 피해국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 정상이 침묵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함”이라고 비난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