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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법원, 배고픈 아들 위해 닭고기 훔친 엄마에 징역 14년형 선고

작성 2023.03.24 08:59 ㅣ 수정 2023.03.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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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배고픈 아들을 위해 닭고기를 훔친 혐의로 14년 징역을 살고 있는 데 필라르가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시티티비)
배고픈 아들을 위해 닭고기를 훔친 혐의로 4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는 50대 엄마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콜롬비아 부엔파스토르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산드라 데 필라르(52). 그는 남편과 함께 통닭구이를 훔친 약 5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데 필라르는 학교로부터 아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데 필라르는 “아들이 쓰러진 이유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며 “가난해서 너무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못 먹어서 기절을 한 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데 필라르와 남편은 그날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한 식당에서 통닭구이를 훔쳤다. 아들에게 먹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절도를 목격한 경비원에 붙잡혀 부부는 경찰서로 연행됐다. 다행히 조사를 받고 풀려난 부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어 부부는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려 보고타의 마수렌이라는 동네에서 만두장사를 시작했다. 가난 때문에 경찰서를 가는 일이 절대 다시 있어선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부부는 정말 일했다고 한다. 

덕분에 장사는 잘됐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마수렌의 최고 만두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늘 북적였다. 데 필라르는 “아침부터 만두를 찾는 손님들이 몰렸고, 여자에겐 가장 큰 이벤트인 15살 생일파티를 위해 특별히 만두를 주문하는 손님들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가난은 어느새 옛말이 됐다. 아들에겐 먹고 싶다는 음식을 마음껏 사 줄 수 있었다. 데 필라르는 “비로소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복은 갑자기 깨졌다. 동네에서 작은 시비가 발생하면서다. 시비를 말리러 출동한 경찰은 데 필라르에게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 신분증을 본 경찰은 데 필라르와 남편에게 “함께 경찰서에 가야겠다”고 했다. 

경찰서까지 동행할 일도 아니라 의아했지만 부부는 경찰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부부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에겐 징역형이 선고돼 있었다.

사법부는 미성년자(아들)를 이용해 도둑질을 했다는 이유로 데 필라르에게 징역 13년8월을 선고했다. 궐석재판이 진행된 사실조차 몰랐던 데 필라르에겐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었다. 

데 필라르는 곧바로 수감돼 복역을 시작했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먹지 못해 학교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아들은 이제 17살이 됐다. 


데 필라르는 교도소에서 동료수감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인권활동도 하고 있다. 그에게 꿈이 있다면 모범수로 가석방되는 것이다. 

그는 “수감된 남편이 매우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남편이 살아서 출소하면 기적이라는 말까지 들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데 과연 남편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진=배고픈 아들을 위해 닭고기를 훔친 혐의로 14년 징역을 살고 있는 데 필라르가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시티티비)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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