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콰도르 소셜 미디어엔 이런 글이 올라 화제가 됐다. 사실무근 장난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 글이었지만 사진을 본 네티즌 대부분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진엔 진짜 엄청나게 큰 거인의 화석이 박물관으로 보이는 곳에 누워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신장은 정말 7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소셜 미디어는 후끈 달아올랐다. “옛날 사람들은 컸다고 하더니 정말이구나” “20세기부터 초특급 거인의 화석들이 발견됐다고 하던데 사진으로 보는 건 처음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빗발쳤다.
저런 거인의 화석을 직접 봤다는 말을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고대 거인이 뜨거운 이슈가 되자 현지 언론은 팩트체크에 나섰다. 조작된 사진은 아닌지, 아니라면 사진을 찍은 곳은 어디인지 꼼꼼한 검증에 나섰다.
지루한 검증 끝에 사진은 조작된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현지 언론은 사진 촬영지도 추적해 마침내 장소를 찾아냈다. 화제의 사진은 에콰도르 산타 엘레나 국립대학 산하 기관인 메가토리오 고생물학박물관에서 찍은 것이었다. 박물관에 누워 있는 화석도 모형이 아닌 진품이었다.
하지만 화석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화석은 과거 남미에 서식한 고대 나무늘보의 화석이었다. 박물관의 코디네이터 쉴리 델라크루스는 사진에 대해 “우리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화석이 맞지만 사람이 아니라 고대 나무늘보의 화석”이라고 확인했다.
고대 나무늘보는 땅늘보(학명 Eremotherium laurillardi)라고 불린다고 한다. 땅늘보는 플라이스토세 후기, 그러니까 250~1만1700만 년 전 지구에 살았다. 지금의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던 땅늘보는 북미에서 먼저 멸종하고 남미에서 완전히 멸종했다고 전해진다.
화석처럼 땅늘보는 엄청난 덩치를 갖고 있었다. 델라크루스는 “화석을 근거로 보면 땅늘보의 키는 약 6m, 몸무게는 5톤 정도 됐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제가 된 화석은 2003년 11월 에콰도르 산타엘레나 지방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델라크루스는 “계획한 탐사에서 발견된 게 아니라 정말 우연하게 발견돼 당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며 “발굴에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완전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완체 화석이지만 너무 귀한 것이라 그대로 전시하고 있는데 (인간의 화석으로 착각하는) 이런 오해가 생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산타엘레나 대학은 성명을 내고 “최근 소셜 미디어를 달구고 있는 사진은 거인이 사진이 아니라 멸종한 땅늘보의 사진”이라며 “진화학적으로도 인간과 땅늘보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밝혔다.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