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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주민 수백 여명, 아스팔트 깨고 ‘삽질’한 이유 [여기는 남미]

작성 2023.04.05 13:44 ㅣ 수정 2023.04.0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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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사라고사 주민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아스팔트길에서 금을 찾고 있다
콜롬비아에서 주민 수백 명이 몰려들어 아스팔트를 깨고 삽질을 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한 블록 넘게 아스팔트를 깨고 삽질을 했지만 재포장 비용을 고스란히 지출해야 하는 당국은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국자는 “어차피 말린다고 멈출 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면서 “마음껏 파도록 삽질을 하게 놔두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주(州) 사라고사에서 최근 발생한 사건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삽질을 한 주민은 최소한 300명 이상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민들은 저마다 삽, 곡괭이 등을 나와 아스팔트를 깨기 시작했다. 아스팔트를 들어내자 흙이 나왔지만 주민들은 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틀 연속 땅을 팠다. 깊게는 2m 넘게 땅을 파기까지 주민들은 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이었지만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땅을 파면서 찾은 건 금이었다. 주민들이 삽질을 시작한 날 사라고사에선 하수도관 보수공사가 있었다. 노동자들이 땅을 파자 주민 중 누군가 “땅은 왜 파세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공사를 하던 노동자 중 한 사람은 질문한 주민에게 농담처럼 “금을 찾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장난이었지만 사라고사엔 “아스팔트 밑에 금맥이 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금이 있다는 말을 들은 주민들은 저마다 곡괭이와 삽을 들고 노다지를 찾기 시작했다.

당국이 아스팔트를 깨는 주민들을 말리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 것도 이런 소문이 돈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당국자는 “과거 금광이 많았던 사라고사라 아무리 금이 없다고 말해도 믿을 주민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 이유는 또 있었다. 개인의 불법 금 채굴은 콜롬비아에서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가 해외 각국으로 수출하는 금의 80%는 무허가 불법으로 생산된 금이다.

콜롬비아 국가기관인 옴부즈맨과 로사리오대학이 최근 공동으로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콜롬비아에선 금 53톤이 생산됐다.
하지만 허가를 받은 금광에서 생산한 금은 53톤의 14%뿐이었다. 나머지 86%는 개인이 무허가 캔 금이었다. 옴부즈맨은 불법ㆍ무허가 광업의 규모가 20~30억 달러로 추정된다”며 “특히 금은 소규모 불법 생산이 가장 흔한 광물”이라고 밝혔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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