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북부 지역을 방문하고, 농업 생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연맹국 가입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후 카자흐스탄 대통령실이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9년 연맹국 창설에 관한 협정에 따라 경제·정보·기술·농업·국경 안보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핵무기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얼마 전(24일) 루카셴코가 내게 카자흐스탄도 연맹국에 가입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농담이 고맙긴 하지만, 우리는 이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같은 다른 연합체에 가입돼 있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출신 국가들의 경제 협력체를 말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카자흐스탄의 핵무기 필요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과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에 가입돼 있기에 그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현재 이런 국제 조약에 따른 우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자국에는 핵무기가 필요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유라시아 지역에서 발전해야 할 부분은 경제 협력이 주가 된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은 북부 지역 전체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구 2000만 명의 국가로, 소련 시절을 포함해 친러 성향이 강하고 양국간 교류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지배를 받았을 당시의 탄압으로 약간의 반러 감정을 보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는 러시아와 서방 국가 사이에서 실리 외교를 취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