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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에도 인버스가 있다?…자가 면역질환 치료위한 인버스 백신 [와우! 과학]

작성 2023.10.04 09:25 ㅣ 수정 2023.10.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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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123rf)
백신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아무리 좋은 치료도 아예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하지만 백신 개발 전에는 개인위생과 격리 이외에는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백신의 등장으로 우리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도 면역력을 지닐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병에 걸려도 상대적으로 가볍게 지나가거나 아예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은 한 가지 방향으로 밖에 작용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면역 시스템에 항원을 인식시켜 공격하게 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잘못 인식된 항원을 면역 시스템에서 삭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자기 자신의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인체의 면역 시스템은 매우 뛰어난 방어 시스템이지만, 종종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류마티즘성 관절염이나 1형 당뇨, 다발성 경화증, 일부 갑상선염은 이런 실수로 인해 자신의 세포와 조직을 공격할 때 발생한다.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 억제제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 약물들은 광범위하게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문제가 있다.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자 하는 대상은 한 가지인데, 모든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면 결국 감염병의 위험성이 커진다.

면역 시스템에서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대신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인버스 백신(inverse vaccine)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체의 자가 면역 반응 제거 시스템에 주목했다. 사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종종 실수로 다양한 인체 세포의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런 오류를 바로잡아 자가 면역 질환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막는 기전이 있다.

시카고 대학의 앤드류 트리메인과 레이첼 왈레스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 세포의 항원 인식 기능을 차단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N-acetylgalactosamine'(pGal)이라는 물질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가정했다. 면역 시스템을 미사일에 비유하면 pGal은 피아 식별 장치의 역할을 해 오인 사격을 방지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신경을 싸는 막인 수초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 모델 쥐에서 면역 반응의 목표인 수초 단백질에 pGal을 붙였다. 그 결과 기대한 대로 면역 시스템의 공격이 줄어들면서 신경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증상이 완화됐다. 이 연구 결과는 저널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발표됐다.

물론 사람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을지는 앞으로 많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인버스 백신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서 의미 있는 결과다. 사람에서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면 자가 면역 질환은 물론 알레르기 질환, 그리고 장기 이식 후 거부 반응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작용 많은 면역 억제제보다는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차단하는 인버스 백신이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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