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은 절단된 부분이 있었고 변사체 옆에는 전기톱이 놓여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무작정 케이블을 전기톱으로 끊으려다가 감전된 것 같다”며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사망한 절도범은 전문지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톱으로 케이블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푸다우엘 구역에선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사실상 구역 전역에 전기가 끊겨 수천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칠레에선 최근 케이블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력회사 에넬의 관계자는 “상반기 우리 회사가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에서만 400건 넘는 케이블 절도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칠레 전역에선 하루 평균 60건꼴로 크고 작은 케이블 절도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케이블 절도가 340%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케이블 절도로 전기나 인터넷이 끊겨 불편을 겪는 국민은 연간 최소한 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칠레 인구를 1950만 명으로 보면 국민 10명 중 1명은 케이블 절도의 피해자인 셈이다.
케이블 절도는 이미 조직범죄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인데펜덴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6인조 절도단은 통신회사 하도급 업체의 직원들로 위장에 대낮에 대담하게 범행을 벌였다.
절도단은 안전헬멧과 조끼 등을 착용하고 공사를 하는 것처럼 위장해 케이블을 훔쳤다. 고깔을 설치해 자동차 통행을 일부 제한하기도 했다. 마음 놓고 범행을 벌인 조직은 케이블 1000kg를 훔쳤지만 전원 경찰에 체포됐다. 인터넷이 끊겼다는 신고가 빗발치자 경찰이 서둘러 출동한 덕분이다.
절도범을 잡아도 경제적 피해는 막대하다. 절단한 케이블을 사용할 수 없어 결국은 재설치가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력회사 에넬은 상반기에만 피해복구를 위해 9000만 페소를 지출해야 했다.
한편 에넬은 “케이블 절도는 큰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낳지만 절도범의 생명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범죄”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칠레에선 케이블 절도범 12명이 범행 중 감전으로 사망했다. 관계자는 “2021년 1명이었던 감전 사망자(절도범)가 1년 만에 12명으로 늘어난 걸 보면 케이블 절도가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