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여성인 길리 요스코비치는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인근에서 열린 음악 축제 행사를 즐기던 수백 명의 젊은이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닥치는대로 총을 쏘며 배회하는 동안, 들판의 나무 밑에 누워 죽은 척을 해야했다.
그녀는 BBC에 “그들은 차량을 타고 와 총격을 시작했고, 나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차를 타고 달려 도망치다가 나무가 많은 곳으로 피했고, 이후 차에서 내려 들판 한가운데에 있던 바닥에 누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쫓아온 무장대원들이 나무에 숨은 사람을 찾아가 총을 쏘고 있었다. 모든 곳에서, 사방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나는 울지도 않고 매우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숨만 쉬고, 눈을 감고 있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들(무장대원)들은 무려 3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며 사람들을 죽였다”면서 “나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고, 군대가 헬리콥터에서 내려와 우리를 구할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3시간 동안 아무도 없었고, 오로지 테러리스트들과 나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당시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가던 다른 시민들의 도움으로 3시간 여 만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지옥’을 빠져나올 때까지도 당국 경찰이나 군인 등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마스의 극단적인 공격 선택, 배경은?하마스는 이번 대규모 기습 공격에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습과 납치를 감행했다. 미국 정보기관 CIA와 이스라엘 정보기관 등이 이들의 대규모 공격을 미처 예견하지 못한 탓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하마스의 이번 대규모 공격은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입법 권력을 무력화시킨 뒤 사법부마저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던 가운데 발생했다.
지난해 시오니즘(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민족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민족주의 운동)을 지향하는 극우파와 손잡고 재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에 강제 합병시키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의 극우 정책 기조가 통제 불가능해 보이자 팔레스타인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이번 공습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가 미국의 중동 화해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지원을 중단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란은 이날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사우디는 중립 입장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48년 건국 이래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허용 전까지 관계 정상화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에 있는 국가들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해 중동에 대한 간섭을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지난 3월 이란은 적대관계인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고 이스라엘과 사우디도 미국 중재로 관계 정상화를 논의 중이었지만 당장 영향을 받게 됐다. 사우디의 요구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인정하는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이번 공습으로 무산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