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에서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려 했던 우리의 시도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 6월 시작된 여름철 ‘대반격’과 관련해 “더 빠른 전황의 변화를 원했지만, 불행히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건 사실”이라면서 “무기가 충분히 지원되지 않았고, 병력이 부족해 빠르게 진격할 수 없었다. 목표를 빠르게 달성할 만큼의 충분한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아직 물러서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세계 2위 군사력을 가진 나라(러시아)와 싸우고 있다. 만족한다”면서도 “사람들을 잃고 있고, 필요한 만큼의 무기를 갖지 못했다. 이 부분은 만족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겨울철이 됨에 따라 이번 전쟁이 또 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겨울 전쟁은 전체적으로 새로운 단계다. 이번 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여름철 대반격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 국내 무기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포기하고 항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신념이 있으며,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에 빼앗긴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여 가 지난 시점인 지난 6월,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필두로 한 유럽 국가들의 지원 사격을 받아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을 시작했다.
독일과 미국 등이 지원을 꺼려했던 주력 전차 등이 속속 우크라이나 전선에 도착했지만, 전황을 뒤집기란 쉽지 않았다. 러시아는 예상보다 촘촘하게 방어막을 구축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쉽사리 러시아군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대반격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사이, 중동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분쟁이 시작됐다. 이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 번에 쓸어가기에 충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이 부분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자지구 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도움도 줄어든다. 관심을 최대한 끌기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의회에서 입지가 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도 우크라이나에게는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는 언제나 충격적이고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는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 스스로를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고 무기와 자금이 부족해 결국 우리가 일어서지 못한다면,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침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그렇다면 미국 젊은이들이 전선에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반격,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젤렌스키 발언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름철 대반격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지원했고 받아쳤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은 전에 없는 규모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가를 부정할 순 없으나 미국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 만큼은 확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싶어하지만, 최근 공화당과 의회의 저항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제외한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