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장례를 치른 유족들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누구를 탓할 마음은 없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엄중한 수사를 통해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주민 모두가 가족처럼 살아가는 곳이라 더욱 슬픔이 크다”면서 “피할 수 있는 죽음은 아니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극은 15일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의 작은 도시 블라키에르에서 발생했다. 리카르도 보테가(60)는 이날 오전 펌프를 수리하기 위해 하수구에 들어갔다. 오전 작업을 마친 그는 점심식사 후 다시 하수구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하수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의 친구는 “오후 6시30분쯤 남자가 쓰러지더니 신음을 내듯 가느다란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원인은 알 길이 없었지만 남자가 쓰러지자 친구는 큰 목소리로 SOS를 요청했다. SOS 고함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은 모두 7명이었다. 4명은 의용소방관이었고 다른 3명은 평범한 일반 주민들이었다. 펌프를 수리하러 들어간 남자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주민 5명은 망설임 없이 하수구로 들어갔다.
하지만 구조하러 들어간 주민들도 잠시 후 픽픽 쓰러졌다. 하수구에 들어가지 않은 주민 2명은 그제야 마스크 등 기본적인 보호 장비를 가져왔다. 의용소방관인 두 사람은 “들어간 사람들이 쓰러지는 걸 보니 유독가스가 새는 게 아닌지 의심돼 마스크를 찾으러 갔다”고 말했다.
펌프를 수리하던 60세 남자 외 다른 사망자 5명 중 1명은 50대, 2명은 30대, 나머지 2명은 20대였다. 사망한 50대 남자는 20대 아들과 함께 구조를 위해 달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블라키에르 당국은 축구클럽에 합동빈소를 차리고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현지 언론은 “방독면을 준비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참사였다는 여론이 많다”면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